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능력을 신뢰하는 것은 맞지만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오수 검찰총장을 청와대로 불러 70분간 면담한 자리에서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며 “국회의 입법도 그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에 결사항전으로 대응하는 검찰 양측에 상호 간의 대화와 설득을 주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입법의 시간에는 서로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민주당도 검찰도 서로를 향해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검수완박에 반발해 사의를 표한 김 총장의 사표를 반려하며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대표해서 직접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사표 제출과 일선 검사들의 집단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강제수사와 기소는 국가가 갖는 가장 강력한 권한이고, 따라서 피해자와 피의자가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검찰에서도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과 검찰이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양측 모두에게 자중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문 대통령과 면담한 후 사의를 철회했다. 그는 대검찰청 퇴근길에 “필사즉생의 마음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개입으로 검수완박 충돌 정국이 진정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과도한 독점적 권한을 정상적 방향으로 바꿀 때가 왔고, 그것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문재인·이재명 두 사람을 지키자고 국가 사법시스템을 뒤흔들겠다는 반헌법적 입법 독주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발언도 비판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부추기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 대통령이 임명한) 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잘못했다면 그 책임은 대통령에게도 있을 것”이라며 “무책임한 자기 부정”이라고 주장했다.
정현수 임주언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