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진 첫날인 18일 시민들은 ‘다시 만난 일상’에 들뜬 모습이었다. 자영업자들은 몰려드는 단체손님 예약 전화에 코로나19가 만든 긴 터널의 끝을 실감한다고 했다. 2년 넘게 비어 있던 4월의 캠퍼스도 대학생들의 웃음소리로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승연(50)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앞두고 이전에 같이 일했던 직원 3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가게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했었던 이들이다. ‘상황이 나아지면 직원들을 꼭 다시 데려오겠다’고 다짐해 왔지만 이를 실천하기까지 2년이 넘게 걸릴 줄은 몰랐다. 그는 “직원들이 가게를 떠나던 날 마음이 정말 아팠는데 다시 함께 일할 수 있어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재택근무 종료 영향으로 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의 여러 식당도 회사원들을 맞이하느라 일손이 달릴 정도였다. 서대문구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하는 한모씨 역시 예전 가게에서 일했던 직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는 “지금도 10명씩 단체예약이 계속 들어오는데, 주방까지 혼자 맡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감당이 안 된다”며 “손님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여의도한강공원에선 오랜만에 대면근무로 얼굴을 마주한 회사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삼삼오오 돗자리를 펴고 봄 날씨를 만끽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직장인은 “부분 재택근무가 도입된 이후 전 부서원이 다 같이 모인 건 오랜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가도 ‘오프라인 캠퍼스 생활’을 본격적으로 즐길 준비에 돌입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코내기’(코로나 새내기)를 위한 ‘코터’(숙박형 코내기 제대로 배움터)를 준비 중이다. 김지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코로나 시기에 입학한 20·21·22학번을 대상으로 숙박형 행사를 진행하려고 한다”며 “불참하는 과가 없을 정도로 대부분 학과에서 엠티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축제 등 캠퍼스 내에서 열릴 대면행사를 계획하는 곳도 많다. 지난해 웹사이트를 만들어 온라인 부스나 게임을 활용해 축제를 진행했던 서울대는 올해는 직접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대동제’를 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성균관대도 2019년을 마지막으로 열지 못했던 ‘인자전’(서울 인문캠퍼스와 수원 자연캠퍼스 체육대항전)을 가을에 개최할 계획이다. 경희대는 다음 달 캠퍼스 내에서 체육대회를 열 예정이다. 봉건우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올해는 학교에서 허가를 내줘 캠퍼스 내 체육대회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밴드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권재형(22)씨는 “코로나 이후 동아리방에서 사람들을 아예 만나지 못했는데, 이제는 다 같이 합주도 하고 공연 후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회복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성윤수 안명진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