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범죄 수사를 수행하는 검경 간의 견제·협업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헌법·형사소송법 등에 규정된 검찰과 경찰의 분업 구조에서 검찰을 도려내는 민주당 법안은 위헌 소지가 다분한 데다 시행 시 심각한 입법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활동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18일 “전문가들이 법안을 보고 다들 놀라고 있다”며 “학생들이 장난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비난받을 법안이란 자극적인 비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검수완박 법안(검찰청·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신동원 대검 형사3과장은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법안에 따르면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했을 때 증거부족이나 피해자 합의 등으로 구속 필요성이 없더라도 검사는 구속을 취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안 시행에 따라 검사의 ‘구속 취소권’이 사라질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사례를 상정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도 검사가 수사해 혐의가 없으면 구속기간이 끝나기 전 석방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송치했지만 검사는 풀어줄 권한이 없고, 경찰은 이미 송치했기 때문에 풀어달라고 할 권한이 없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6년 내란죄 재판을 받을 때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구속영장 위헌 심판’ 사건도 검수완박의 허점을 따져보는 사례로 거론된다. 전씨는 당시 검사의 청구가 없었음에도 법원이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관련 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제12조3항에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규정된 만큼 법원이 직권 발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헌재는 “사법적 억제의 대상(검찰)이 사법적 억제의 주체(법원)를 통제하는 것은 영장주의의 본질에 반한다”며 전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 헌재의 결정이 검수완박 국면에도 동일한 논리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내부 게시글에서 “검찰이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사법 억제 대상인 경찰이 억제 주체인 검사를 통제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했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에도 경찰의 신청이 있어야만 검사가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형소법 개정안은 위헌 요소가 있다는 얘기다.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타 수사기관 공직자의 비위 행위 수사에도 빈틈이 노출될 거란 지적이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제4조1항)은 경찰·공수처 공무원에 대한 검찰 수사 범위를 직무에 관한 범죄(직권남용·직무위배·뇌물죄)로 한정한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폭행, 성범죄 등 혐의에선 경찰 수사를 경찰이 하게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검수완박이란 프레임에 빠져 부작용에 대한 고민은 없이 법안 처리가 강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민철 구정하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