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그린 수소로 가는 길

입력 2022-04-19 04:06

수소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블루 수소를 그린 수소에 대한 현실적 타협안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여러 기업이 블루 수소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어서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브라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 등으로 나뉜다. 브라운 수소는 석탄의 가스화를 통해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분리해 생산된 수소를 일컫는다. 블루 수소는 브라운 수소와 마찬가지로 화석연료를 활용해 생산되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일부 제거한 저탄소 수소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통해 물을 산소와 수소로 전기분해해 만든 수소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 에너지원이다.

블루 수소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린 수소에 비해 낮은 생산 단가에 있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수소별 생산 비용은 평균 1㎏당 브라운 수소 0.5∼1.7달러, 블루 수소 1∼2달러, 그린 수소 3∼8달러였다. 문제는 블루 수소는 그린 수소로 가기 위한 과도기 징검다리일 뿐이며 수소경제의 지향점이 그린 수소라는 사실은 변치 않을 거란 점이다. 블루 수소는 화석연료를 사용해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고 이산화탄소를 완벽히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그린 수소를 대체할 수 없다. 향후 기술 발전으로 그린 수소의 고비용 한계도 극복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까지 우리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은 뭘까.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에 집중해야 한다. 그린 수소를 생산하려면 당연히 그린 사업이 전제돼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선점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만 관련 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토가 협소해 대규모 솔라패널이나 풍력장치를 설치하기 쉽지 않고 태양의 질이나 바람의 양도 아쉽다. 날씨 등 환경 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간헐성’ 문제도 큰 편이다.

결국 해외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선점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호주가 있다. 호주는 2030년까지 그린 수소 에너지의 주도 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수소 분자(H2)와 2달러의 의미를 결합한 ‘H2 under 2’ 전략을 추진 중이다. 수소 1㎏당 2호주달러(미화 약 1.4달러) 이하의 생산 비용을 달성하고자 한다. 우리의 지향점과 일치한다. 호주와 같은 나라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함께 그린 수소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현재 호주 태양광 사업 수익률은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융합하는 사업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배터리 기술로 극복하는 방법이다. 한국과 달리 호주의 전기 가격은 시시각각 바뀐다. 대체로 오전 10시∼오후 2시는 1MW당 평균 25호주달러이다가 오후 6시가 되면 125호주달러까지 치솟는다. 사업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단가가 높은 시간에 전력을 판매하면 된다. ESS를 통해 낮 동안 생산한 전기를 2~3시간 저장했다가 저녁에 판매하는 사업 모델이다. 이 경우 당장의 수익률 개선을 통해 확보한 수익금으로 투자금에 대한 이자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그사이 그린 수소 경제가 형성되면 즉시 그린 수소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

그린 수소를 액화시켜 선박으로 한국에 반입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의 민간 발전사업자가 해외에서 직접 생산한 그린 수소를 한국의 운반선으로 가져온다면 한국 민간 기업만의 생산·수송·공급 체인을 만들 수도 있다. 탄소 경제에서 수소 경제로 전환되는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그린 수소와 그린 에너지 사업으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김희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