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자신이 경북대병원 고위직에 재직했을 당시 딸과 아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학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저의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부당 행위도 없었으며 (부당 행위가) 가능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이어 “교육부에서 제 자녀의 편입학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면서 “부당한 문제가 발견된다면 상응한 조처를 받겠다”고 강조했다. 경북대는 이날 정 후보자 자녀의 의대 편입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교육부 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어떠한 특혜도 없었으며, 국회에서 의료기관을 지정해주시면 검사와 진단을 다시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정 후보자의 딸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이었던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했고, 아들도 정 후보자가 병원장이던 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했다.
자녀가 연이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의혹을 둘러싸고 ‘조국 사태’의 판박이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편입 당시)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이름과 직장을 기재할 수 없었고, 심사위원 배정은 시험 당일 추첨으로 무작위로 임의 배정하게 돼 누가 심사하게 될지도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는 특히 “자녀의 입학 사실을 (심사위원인) 교수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강하게 촉구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40년 지기’임을 거론하면서 “친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언급하며 “그때처럼 수사하고, 압수수색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 당선인은 정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정 후보자는 버티기에 나섰지만 윤 당선인 측은 교체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정부에서 ‘내로남불’은 없다”며 “정 후보자가 개인적으로는 억울할 수 있어도 국민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형식은 자진 사퇴 방식이지만, 사실상 경질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해명 기자회견을 이렇게 일찍 잡은 것도 정 후보자 문제를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이번 논란이 ‘내로남불’ 비판 여론으로 비화할 경우 6·1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민주당과의 충돌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불리한 이슈를 먼저 제거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신중론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할 경우 민주당은 다른 후보자들에 대해 더 큰 공세를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수 송경모 기자, 대구=최일영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