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발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안 내용은 사실상 검찰 폐지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개정안대로면 헌법이 규정한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희미해지고, 법리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사건의 검찰 수사도 불가능해진다. 반면 경찰은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된다. 고소·고발 창구가 사실상 경찰로 일원화되고, 경찰 단계의 구속 기간은 최대 20일로 늘어난다.
민주당이 지난 15일 발의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검토한 법률가들은 17일 단순히 수사권을 옮기는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건 각종 영장 청구의 주체다. 개정안은 경찰의 신청이 있을 때만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부여한 검사의 전속적인 영장청구권을 법률이 부정하는 구조다.
사후 압수수색영장 청구 규정에선 아예 경찰이 청구권자로 명시됐다. 형소법 개정안 제217조 2항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법경찰관이 직접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는 건 명백한 위헌”이라며 “(법률상 수사 주체 가운데)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바꾸는 식이다보니 법안 곳곳에 빈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6대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한 규정을 아예 삭제했다. 검찰은 공정위 고발 사건 수사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은 “상대방은 대형 로펌이나 사내 전문 변호사가 수사 단계부터 재판까지 대응을 하는데 (개정안대로면) 수사와 전혀 관계없는 검사가 재판에 들어간다”며 “어떻게 유죄가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형소법 개정안 ‘부칙 2조’는 이미 검찰이 수사하는 사항이라도 지방경찰청으로 넘기도록 돼 있다. 법 통과 후 ‘3개월 유예기간’ 안에 처리되지 못한 검찰 수사 사건들은 모두 경찰로 이관되는 셈이다.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통제할 규정이 약화됐다는 비판도 많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 기한은 최대 10일에서 20일로 늘었지만, 불법 체포·감금이 우려될 경우 검찰이 석방을 ‘명할 수 있다’는 규정은 되레 ‘요구할 수 있다’로 한발 후퇴했다. 검사가 변사체 부검을 경찰에게 명령할 수 있다는 조항 역시 요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 학회장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일어났던 시대가 지나긴 했지만, (바뀐 규정대로면) 변사체 암장의 우려가 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의 지위가 애매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도려내면서 ‘검사는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범인·범죄 사실과 증거를 수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이 경우 검사는 사법경찰관으로 본다는 내용도 신설했다. 이 때문에 ‘다른 법률’에 공수처법이 포함된다면 공수처 소속 검사도 사법경찰관으로 간주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임주언 조민아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