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인플레이션 공포… 비명지르는 장바구니

입력 2022-04-18 04:05
지난 1월 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식당가에 음식 광고판이 설치되어 있다. 권현구 기자

지난 20년간 전체 물가 대비 먹거리 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밥상머리 물가’가 유독 더 오른 것으로 느껴진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인건비 증가, 친환경 농수산물 수요 증가 등 가격 상승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앞으로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도 장바구니 물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2001년과 2021년 물가지수를 비교한 결과 전체 물가는 56.0% 상승한 반면 농·축·수산물은 평균 115.2%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운데 물가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항목은 축산물로 157.1% 상승했다. 농산물 가운데 곡물은 45.3%로 전체 물가지수에 비해 덜 올랐지만 채소는 133.6% 상승했다. 수산물도 108.9% 상승률을 보였다.

먹거리 가운데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세부 품목은 미나리다. 2001년과 비교해 280.8%나 가격이 비싸졌다. 파(249.9%)나 시금치(243.9%), 고춧가루(234.3%), 마늘(205.4%)처럼 배 이상 오른 품목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산물 가운데 오징어는 20년 전보다 351.2% 가격이 급등했다. 2001년에 마리당 1000원이었다면 지난해 기준으로는 3500원을 줘야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국산 쇠고기(175.3%), 수입 쇠고기(124.6%), 돼지고기(160.2%) 가격도 2배 이상 뛰었다.

전체 물가보다 유독 농·축·수산물 물가가 많이 오른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 상승이 꼽힌다. 2001년 시간당 2100원이던 최저임금은 지난해 기준 8720원으로 4배 이상 올랐다. 농·축·수산업이 노동집약산업이라는 점에서 영향을 무시하기 힘들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웰빙’ 열풍 역시 한몫했다. 친환경 농산물 수요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 가격은 일반 농산물보다 최소 1.4배에서 최대 4.2배까지 비싸게 팔려나간다. 일부 품목은 기후 변화 영향으로 가격이 올랐다. 오징어는 온난화 영향으로 어획량이 줄어든 것이 가격 상승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이 제한된 일부 식량 품목까지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 교수는 “밀, 옥수수 등 필수 식량 공급이 특정국 과점 체제로 전환된 영향이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들어서는 외식물가까지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