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임박… 잘나가던 새벽배송 ‘탈진’

입력 2022-04-18 04:06
BGF는 헬로네이처에서 운영하던 새벽배송 서비스를 다음 달 말에 종료한다고 17일 밝혔다. 새벽배송 시장을 급격히 키웠던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들어서다. BGF 제공

롯데온에 이어 BGF까지 새벽배송 사업에서 손을 뗀다. 새벽배송 시장을 급격하게 키웠던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으로 접어들어서다. 블루오션이 아닌 새벽배송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감내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BGF는 헬로네이처가 주력했던 새벽배송 서비스를 다음 달 말에 종료한다고 17일 밝혔다. BGF는 고비용 사업 구조인 새벽배송 특성상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봤다. BGF 관계자는 “기존 이커머스 업체 외에 대형 유통업체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했다. 포스트 코로나로 접어드는 시점에 맞춰 발 빠르게 사업 전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BGF뿐만 아니라 롯데온도 18일을 마지막으로 롯데마트몰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한다. 2020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롯데온은 새벽배송 대신 ‘2시간 내 바로배송 서비스’에 집중할 계획이다. 뒤늦게 새벽배송 경쟁에 뛰어든 데다가 새벽배송 주문 유입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다. 유통산업발전법상 오프라인 점포를 새벽배송 거점으로 이용할 수 없어 별도로 물류센터를 확충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유통 대기업 2곳이 새벽배송 사업 철수를 결정하자 업계에선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고 진단한다. 유통업체들은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비대면 쇼핑 수요가 폭발하자 너도나도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새벽배송 시장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후발주자 입장에선 출혈을 감내해야 할 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셈이다.

여전히 새벽배송 성장세가 가파르다고는 하지만 현재 오아시스마켓을 제외하곤 새벽배송 ‘빅3’(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모두 적자를 내고 있다. 새벽배송은 콜드체인 물류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고 인건비가 주간보다 배가량 더 드는 고비용 사업이다. 쿠팡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22조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도 1조8000억원으로 전년(6210억원)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2015년 샛별배송으로 새벽배송 시장을 열었던 마켓컬리의 지난해 적자는 87.3% 늘었고, SSG닷컴도 130%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사업 구조 자체가 고비용인 데다가 코로나19가 수그러드는 추세에 접어들면서 출구 전략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