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50~70대가 가장 많아
중재원 조정 절반 의료 과실 인정
검사 시 합병증 상세한 설명 중요
중재원 조정 절반 의료 과실 인정
검사 시 합병증 상세한 설명 중요
대장 내시경은 대장암 조기 발견 및 예방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대장암은 일찍 찾아내 치료하면 90% 이상 완치 가능하다. 다만 3년째 지속된 코로나19 대유행은 대장 내시경 검사에도 영향을 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233만1593건에 달했던 대장 내시경 검사 건수는 2020년 220만8210건으로 5.6% 줄었다. 감염병 유행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건강검진 등의 형태로 적절한 시기에 받아야 할 대장 내시경 검사를 빼먹거나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대장 내시경 검사나 치료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의료사고 또한 경계해야 한다.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남기기 때문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대장 내시경 과정에 발생한 의료사고의 현황과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대장 내시경 관련 의료분쟁의 77% 가량은 장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중재원은 2013년 1월~2021년 6월 감정 완료된 대장 내시경 분쟁 사건 121건(중재원 접수 조정 감정 86건, 검찰·경찰 등 의뢰 수탁 감정 35건)에 대해 대한소화기내시경재단이 수행한 연구 보고서에서 관련 내용을 발췌해 최근 공개했다.
18일 보고서에 따르면 대장 내시경으로 인한 분쟁 발생은 종합병원이 31.4%(38건)로 가장 많았고 상급종합병원(27.3%), 의원(29.8%), 병원(11.6%) 순이었다. 분쟁 발생 연령은 50~70대가 전체의 79.3%(96건)를 차지했다. 의료사고 발생 환자의 기저질환은 고혈압이 28.1%(54건)로 가장 많았으며 복부 수술 경험(18.2%), 암(11.5%), 당뇨병(9.4%), 심장질환(8.3%) 등 순이었다. 기저질환은 대장 내시경 진단 및 치료 시 필수적으로 점검돼야 할 사항이다. 대장 내시경 합병증은 시술 단계(84.3%)에서 주로 발생했고 진단·검사 단계(5.0%), 투약 단계(4.1%) 순이었다.
합병증은 대장 천공이 76.9%(93건)로 가장 많았다. 허혈성 장염 등 기타 합병증 5.8%, 내시경 검사 전후 또는 투약 연관 5.8%, 진단 관련 5.0%, 심장·폐 합병증 3.3%, 출혈 2.5% 순이었다. 천공이 발생한 환자의 기저질환 역시 고혈압(45.2%)과 복부 수술력(33.3%)이 많았다. 천공이 생긴 환자의 75.3%(70건)는 조정 당시 치료가 완료됐으나 16.1%(15건)는 사망했고 일부는 장애를 갖게 됐다. 전체 121건 가운데 중재원에 접수돼 조정된 86건 분석 결과 47.7%(41건)는 의료행위가 부적절했다고 판단돼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됐다.
대장 내시경 도중이나 이후에 환자가 심한 복통, 혈변을 보이면 장 천공 등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고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 내시경과 연관된 천공 발생률은 일반적으로 0.05%, 용종(폴립) 절제술 연관 천공 발생은 0.8%로 보고된다. 내시경 과정에서 천공 빈도가 가장 높은 곳은 대장 중 ‘구불 결장(S자 결장)’이다. 이 부분은 대장의 다른 곳에 비해 잘 늘어나고 심한 굴곡으로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게실’ 질환으로 장이 상대적으로 좁아져 있거나 과거 수술에 의해 장 유착이 있으면 기계적 손상에 취약해 천공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75세 이상의 천공 발생 비율은 4~6배 더 높아 조심해야 한다.
이밖에 장 폐색이나 다수의 기저질환(당뇨·고혈압·만성 호흡기병·심장뇌혈관병·신부전·간질환·치매 등), 방사선 치료력, 암, 심한 감염 등에 의해 대장의 유연성과 운동이 감소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의료진은 대장 내시경 전에 이런 상황을 세밀히 체크해야 하고 환자도 정확하게 알려줘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물론 의료진이 내시경 경험이 없는 초보자인지 여부도 미리 따져봐야 한다.
대장 내시경 분쟁 121건 중 23.9%(29건)는 아스피린 같은 혈전약(피를 묽게 하는 항응고제, 항혈소판제) 복용 이력이 있는 걸로 조사됐다. 이런 약물 복용은 대장 내시경 도중이나 후 출혈의 원인이 되는 만큼 의료진과 사전 상담을 통해 계속 복용 혹은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신정은 단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보고서에서 “천공이나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나 병변에 대한 내시경 검사·시술을 할 때는 합병증 위험이 증가되는 요인(환자 병력·복용 약물·병변 위치·특성·크기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고 실제 발생했을 때 대처 방법도 미리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