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에서 암흑기를 보낸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새 정부에서 구긴 자존심을 다시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현 정부에서는 유독 예산실이 승승장구했다. 김동연·홍남기 두 경제부총리가 모두 예산실 모태인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다. 경제정책도 적극적으로 나랏돈을 푸는 재정 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전통적 라이벌 조직인 세제실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가려졌다.
세제실은 또 부동산·금융 등 세제 관련 이슈에서 번번이 더불어민주당의 ‘표적’이 됐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했다며 취득·보유·양도 등 전방위로 세금을 강화했고, 결과적으로 부동산 세제는 누더기가 됐다. 여론에 밀려 금융투자소득세 비과세 완화·대주주 요건 유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투자소득 과세 원칙을 뒤집는 모습도 여러 번 연출했다.
공교롭게 현 정부 세제실장들의 공직 마무리도 대부분 순탄치 않았다. 과거 세제실장은 관세청장 등 차관급 영전이 당연시되던 자리였다. 그러나 임재현 관세청장을 제외하고는 최영록·김병규 전 세제실장은 세무법인 고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태주 전 세제실장의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사장행이 좌절된 것과 관련해서는 세수추계 오차 때문이라는 뒷말이 흘러나왔다.
세제실 안팎에서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가 새 수장으로 오면 위상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온다. 한 세제실 관계자는 17일 “추 후보자가 세제실 간부들과 관계가 좋고, 무엇보다 합리적이어서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후보자가 세제 현안에 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기대 요인 중 하나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공제기준 상향 등 윤석열 당선인의 ‘파격’ 세제 공약을 잘 조율해내야 조직도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