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내로남불과 관련한 많은 조어의 주인공이었다. 한때 ‘조만대장경’(조국과 팔만대장경의 합성어), ‘조스트라다무스’(조국과 노스트라다무스의 합성어) 등의 말들이 유행했다. 조 전 장관이 보수 정권 시절 트위터를 통해 쏟아냈던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비판들이 부메랑처럼 문재인정부에 돌아왔다.
조 전 장관은 요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부정 입학 의혹과 관련해 연일 검찰을 비판하고 있다. 검찰이 즉각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야 하고, 자신의 가족에게 들이댄 잣대를 똑같이 적용해 수사하라는 취지다. 검찰이 정 후보자를 수사할 수 있는지는 법률적 논란이 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수사했던 2019년과 달리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은 6대 범죄로 제한됐다. 검찰이 정 후보자를 수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립 경북대병원장이던 정 후보자는 공직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6대 범죄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반론도 있다. 물론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수사는 경찰이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2년7개월이 지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7일 정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명백한 위법행위’ 발언과 윤 당선인의 ‘확실한 부정의 팩트’ 발언은 큰 차이가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내로남불이 다시 정치권에 등장했다. ‘내로남불 시즌2’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그런 비판에 귀를 막았다. 윤 당선인의 선택이 궁금한데,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 걱정스럽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8월 국민의힘 경선 후보 비전발표회에서 “윤석열정부에선 조국도, 드루킹도, 김경수도, 추미애도 없을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벌써 조 전 장관이 소환됐고, 민주당은 ‘왕장관’을 말하기 시작했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