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검수완박법 8월 시행 총력… 한동훈 “야반 도주극” 비판

입력 2022-04-16 04:03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김용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검수완박 입법의 일환으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소속 의원 172명 전원이 참여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발의하며 속도전에 돌입했다.

법안(검찰청·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검찰엔 기소권만 남겨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고 다음 달 3일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방침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8월부터 검찰은 사실상 ‘기소청’ 역할에 머물게 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법안 제출 후 기자간담회에서 “6대 범죄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지만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이후에도 보완 수사는 경찰을 통해 이뤄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사기관 간 견제를 위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무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은 남겨뒀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수완박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법안 공포 후 3개월 유예기간을 둔 이유로 “지난해 기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는 4000~5000건에 그친다”며 “경찰로 이관하는 데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소신 발언도 이어졌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검수완박 이슈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과연 국민의 최고 관심사가 검찰 문제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도 “(검수완박 강행으로) 지방선거에 지고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박 위원장의 용기 있는 발언을 응원한다”며 “지금은 속도보다는 침착한 대응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법무·검찰에선 검수완박 입법에 반대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총력전에 나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 도주극까지 벌이는지 많은 국민이 궁금해 하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이 시행되면 힘이 센 범죄자들은 사실상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게 된다”며 “이를 잘 설명하는 것이 가장 유효하고 진정성 있는 (입법 저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오른쪽)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밖 윤중로 벤치에 앉아 박병석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이틀 국회를 찾은 김 총장은 박 의장을 비공개로 만나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도 이틀 연속 국회를 찾아 “검찰이 잘못했다면 그 책임은 검찰총장인 제게 있다. 저를 탄핵하는 절차를 먼저 진행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총장은 1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법안의 문제점과 위헌성을 재차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김 총장이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은 사실상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총장 측 면담 요구에 대한 청와대 내부 기류에 대해 “지금은 국회가 (입법을) 논의해야 할 시간이라고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