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연 1.50%로 정했다. 최근 급등한 물가와 빨라진 미국의 긴축 시그널을 반영한 것이지만 벌써부터 연내 추가 인상 관측이 뒤따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등에 따라 국내 물가는 한동안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4% 또는 4%에 근접한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지난 1월에 이어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유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3개월 만에 4%대를 돌파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금통위 개최 전 금융권 일각에선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인 5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한은은 사상 처음으로 총재 공석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날 금통위 회의를 주재한 주상영 한국은행 금통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총재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연내 2~3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은 농후하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7.3%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 5월(10.7%) 이후 13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 수준을 감안한 듯 이날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내려졌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다른 배경에는 미국의 ‘빅스텝’ 시그널이 있다. 지난달 미국의 물가가 40년 만에 8% 넘게 급등해 미국의 긴축 속도는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다음 달 한번에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경우 현재 1.00~1.25% 포인트인 한·미 기준금리 차가 1%대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한은이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전 세계적 파급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은 국내 투자금을 빼내 자산 안정성이 높고 투자 수익을 더 기대할 수 있는 미국에 투자를 하게 된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선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는 상황을 막아야 하는 셈이다. 다만 한은이 미국과 같은 빅스텝을 밟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급작스러운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 “지난 2월 전망치(3.0%)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 안팎에서는 올해 기준금리가 2차례 추가 인상으로 연 2%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 위원은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는 물가의 상방 위험뿐만 아니라 성장의 하방 위험도 동시에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