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억제가 새 정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재가격 인상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 외에 정부가 물가 안정 방안으로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정책 카드는 공공요금 동결이다. 다만 지난해 말 발표한 공공요금 인상 계획을 뒤집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연료비 연동제 폐지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공공요금 동결 및 인상 최소화라는 큰 틀의 목표를 세웠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새 장관 후보자와 인수위가 향후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계획대로 요금을 인상할지 말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는 이미 올해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가스요금은 다음 달 1.23원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고 전기요금의 경우 6월 말 연료비 조정단가를 정하는 시점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다. 전기요금에 포함된 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이 인상되는 시점은 오는 10월이다.
새 정부 입장에선 이미 지난해 정해진 인상 계획을 뒤집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현행법상으로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가 이사회를 거쳐 스스로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는 방법, 산업부 장관이 직접 한전에 약관을 변경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두 방안 모두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각 공공기관이 이사회를 거쳐 스스로 인상 계획을 철회할 경우에는 경영진이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인 산업부 장관의 약관 변경 명령은 전기사업법상으로 전기사업자들이 해서는 안 되는 금지행위를 했을 때만 가능한데, 이번 경우에는 적용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전과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사회를 통한 약관변경 방법만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아직 산업부와 구체적으로 관련 내용을 협의하거나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미 인상하기로 한 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 대신 연료비 연동분을 동결하는 방식으로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산업용 가스요금에 연료비 연동을 멈추는 안도 거론된다. 도시가스요금은 올해 4월, 5월, 7월, 10월 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지만, 산업용 가스요금은 매월 요금을 새로 정하며 주택용 및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보다 약 10원 이상 비싸다.
연료비 연동제는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입에 쓴 비용에 맞춰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내리는 제도다. 지난해 도입됐지만 물가 자극 우려 등으로 제대로 적용된 적이 사실상 없다. 연료비 연동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현 상황에서 새 정부가 전기요금 결정 체계 자체를 바꾸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연료비 연동제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