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2년 넘게 닫혀있던 해외여행의 빗장이 풀리면서 이참에 면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국인 면세 한도는 1인당 600달러(약 73만원)로, 한도 초과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정부는 사치재 구매에 세금 지원을 늘리는 방식의 세제 개편은 검토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달 18일부터 내국인의 면세품 구매 한도를 폐지했다. 당초 구매 한도는 5000달러였는데, 이를 폐지하면 해외 소비가 국내로 전환될 것이란 취지였다. 다만 면세 한도는 그대로라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고가의 명품은 면세점보다 백화점에서 사는 게 더 싼 경우도 있다.
면세업계는 한국의 면세 한도가 주변국보다 현저히 낮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면세 한도가 20만엔(약 195만원)이고, 중국 하이난성 면세특구는 10만위안(약 1920만원), 미국은 800달러(약 97만원) 등으로 한국보다 높은 편이다. 특히 중국은 정부 차원의 면세점 육성 정책으로 중국면세점그룹(CDFG)을 매출액 기준 세계 1위 업체로 끌어올렸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시기와 맞물려 면세 한도를 손보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김정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14일 “팬데믹이 끝나고 해외여행이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면세 한도는 조정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최근 ‘보복 소비’ 등 고가의 물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해외보다는 국내 면세 사업자들로부터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20년 1월 2조248억원이었던 국내 면세점 매출은 2년이 지난 올해 1월에는 1조161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다만 향후 매출은 빠르게 회복될 전망이다. 지난달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의무가 면제되면서 면세점 매출은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 역시 정부의 국제선 운항 단계적 회복 정책에 따라 운항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면세 한도 상향은 아직 검토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행 수준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게 일차적 판단”이라고 말했는데, 이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면세 한도는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책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상황이 풀리면서 점차 면세 업계의 어려움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