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그래프에 흔들리지 마라… 文·尹 아우르는 협치 필요

입력 2022-04-15 04:01
사진=이한결 기자

문재인정부는 주택 공급량 확대에 늘 부정적이었다.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는 대전제가 굳어진 시점이 임기 4년차 2020년이다. 그러고도 민간 참여의 비중이나 방법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 달리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정부는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철학에서 정반대다. 그래도 두 정부는 ‘공급 확대’라는 바통을 주고받는 중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출범 전부터 시험대에 올라 있다. 시장의 눈치싸움 속에서 거래량은 충분히 반등하지 못했고 집값 상승률은 꺾였다. 이를 ‘하향 안정화’로 볼지,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볼지 엇갈린다. 불쏘시개만 있으면 다시 폭등하는 풍선효과 전조마저 보인다.

혼돈의 시장에서 새 정부는 어떤 부동산 정책을 펴야 할까. 전문가들은 눈앞의 ‘집값 그래프’에 흔들리지 말라고 지적한다. 일시적 부작용에 연연하다 보면 출발선에서 꺼내든 정책 목표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민간 공급’ ‘시장 자율’이라는 원칙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진단한다. 걸림돌은 집값 상승과 이에 따른 시장의 동요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14일 “부동산 정책은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갈 것이고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 부작용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설득해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두고 평가는 제각각이다. 다만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시장 정상화’ 의지를 높게 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문제가 없던 시절의 부동산 정책으로 돌아가겠다’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도 있다. 시장이 스스로 돌아가게 두자는 취지인데, 방법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하려던 대로 끝까지 해내기만 하면 된다”고 진단했다.


정책 목표와 방향을 정확하게 알려야 추진력을 얻는다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규제 완화가 다주택자 배만 불려줄 뿐이고 공급 효과는 미미하다는 불신에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주택 250만 가구 공급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공급계획이 없다”며 “연도별로 수요예측을 해서 공급목표를 정확히 제시해야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도 주지 말아야 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이 오를 때엔 섣부른 규제 완화가 독이 될 수 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의 장단기 영향을 따져보고 시급한 것부터 순서대로 로드맵을 정해서 풀어야 한다”면서 “그런 걸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풍선효과 전조 현상마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비이락? 집값 부추긴 ‘정책 실패’들

방향과 속도에서 모두 어긋난 부동산 대책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철학에 이런 문제를 내포했다고 지적한다. 정책만 발표하면 집값이 오른 게 우연이 아니라 엄연한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다. 도마 위에 자주 오르는 건 공급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주택 공급을 투기 유발 경로로 단정하고 규제로 이를 해결하려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책 우선순위가 잘못 설계됐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공급으로 가격을 안정시켜 투기 가능성을 낮추고 이후 세심하게 규제를 설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부동산시장 점검회의에서 “주택 공급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2020년 8·4 부동산대책을 통해 정책 방향을 공급으로 선회했다. 시장은 민간참여를 끌어내기 어려운 방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공급에 방점을 찍은 것에 환영했다. 이어 정부는 2025년까지 대도시에 83만6000가구를 신규 공급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2·4대책도 내놓았다.


문제는 공급으로의 전환이 너무 늦었고 일관성도 없었다는 데 있다. 공급대책을 발표하기 불과 2개월 전인 2020년 6월 조정대상지역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집값은 잡히지 않고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이 극심해졌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규제하지 않아서 부작용(집값 상승)이 생긴 게 아니라 공급이 부족해서 부작용이 생긴 것”이라며 “뒤늦게 공급의 필요성을 깨달았지만 주택 공급은 비탄력적이라서 단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주택자를 ‘적폐’로 내몰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가 임대차 시장에 부담을 주고 매물 잠김 현상이 빚어진다는 반론이 나왔는데도 해결책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강행했다. 임대차 시장에 대한 이해가 낮았다는 비난도 나온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은 세입자 보호 취지로 만들어졌다. 기존 세입자 계약갱신율이 높아지는 등의 효과도 봤다. 하지만 ‘전셋값 급등, 집값 추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은 현실이 됐다.

전문가들은 꼬일 대로 꼬인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문재인정부와 새 정부의 정책 철학을 아우르는 ‘부동산 협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임대차 3법의 개편 혹은 폐지, 부동산세제 개편 등은 법률 개정 사안이다. 거대 야당의 도움 없이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한 발도 떼기 힘들어진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새 정부 공약을 실현하려면) 다수당이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어 놔야 한다. 새 정부가 내세우는 임대차법 폐지를 예로 들면 계약갱신청구권의 경우 ‘2+1’로 가고, 청구 범위도 보증금 일정 금액 이하만 적용하는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