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최근 원희룡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한껏 들떠 있다. 3선 의원에 도지사를 연임하고, 대선 후보로까지 나선 정치인이 오면 ‘실세 부처’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에서다. 다만 원 후보자가 김현미 전 장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당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파견 명단에 백원국 국토정책관(국장) 한 명만 이름을 올려 내부적으로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2명이 인수위 파견을 간 서울시에도 못 미치는 결과였다. 박근혜정부 인수위에서 서울시 0명, 국토부 2명이 파견됐던 것과도 비교됐다.
그러다 최근 실·국장급 2명, 과장 1명이 추가로 인수위 파견을 가면서 국토부에 다시 힘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실세 정치인 장관까지 지명되면서 기사회생의 기회가 왔다는 내부 시각도 있다. 국토부 한 공무원은 14일 “힘 있는 장관이 오면 일하는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라며 “원 후보자는 대선 후보 당시도 그렇고 이미 수차례 검증을 받아 청문회 통과도 어렵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취임 초기 기대와 달리 부동산 정책에서 실기를 거듭하면서 ‘불명예 퇴진’한 김 전 장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전 장관은 3년6개월 동안 최장수 장관으로 일했지만 부동산 가격을 잡기는커녕 시장 과열만 부추겼다는 전 국민적 불만의 표적이 됐다. 김 전 장관이 취임할 때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한 최측근이 오는 데 대한 기대가 컸는데, 결과가 이에 크게 못 미치자 장관뿐 아니라 국토부 전체가 ‘욕받이’가 됐다. 김 전 장관은 국토부를 떠나면서 “집 걱정을 덜어드리겠다는 약속을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게 돼 무척 마음이 무겁고 송구하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출신 변창흠 전 장관에 이어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 노형욱 장관으로 부처 위상의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