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이 로마 교회를 향해 쓴 편지를 보면 ‘나의 복음’ 이라는 단어가 두 번 나옵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은 없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고, 만약 다른 복음을 만들거나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하늘의 천사라도 저주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왜 ‘나의 복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요.
갈라디아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바울은 자신이 전한 복음이 바른 복음임을 변증하기 위해 복음의 신적 기원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형제들아 내가 너희에게 알게 하노니 내가 전한 복음은 사람의 뜻을 따라 된 것이 아니니라.”(갈 1:11) 사람에게서 받은 것도, 배운 것도 아니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해 받은 것이 복음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갈 1:11~12). 더 나아가 그리스도의 복음은 하나님의 감동하심으로 기록된 성경에 쓰여 있는 그대로 이뤄진 것임을 선포했습니다. “내가 받은 것을 먼저 너희에게 전하였노니 이는 성경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장사 지낸 바 되셨다가 성경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사.”(고전 15:3~4)
예수 그리스도는 성경이 예언한 대로 죽으시고 성경이 예언한 대로 부활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도 바울이 전한 복음의 핵심입니다. 사도 바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을 자랑하고 증거했으며, 그 십자가에 대한 믿음으로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이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다”(고전 1:25)는 사실을 깨달은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야말로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이라고 선포했던 겁니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이 선포한 ‘나의 복음’이라는 단어는 그 어떤 다른 복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도 바울 자신이 삶을 통해 경험한 믿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진솔한 신앙 고백입니다. 다메섹 도상에서 만난 부활하신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복음을 믿음으로 받아들인 사도 바울의 신앙 정수가 바로 ‘나의 복음’이라는 선포입니다. 다른 사람이 경험하고 고백한 복음이 아닌, 사도 바울 자신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복음, 예수님의 빛으로 인해 앞을 보지 못하며 감겨 있던 두 눈을 뜨거움의 눈물 자락으로 만들었던 복음, 바로 그 복음의 감동을 바울은 ‘나의 복음’이라는 단어로 표출했던 것입니다. 자신을 체포하고 고문하고 핍박했던 사람들의 입에서 고백 되었던 예수 그리스도, 그들이 죽어가면서도 끝까지 지켰던 복음, 스데반이 순교하면서 보았던 그 예수님의 영광을 사도 바울도 직접 보았음이 ‘나의 복음’이라는 고백에 담겨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목숨 바쳐 전파하는 스데반의 얼굴에서 천사의 얼굴을 보았고 그 눈부신 얼굴은 바울의 기억 속에 강한 충격으로 남았습니다. 심지어 바울의 모습마저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주후 2세기경에 쓰인 ‘바울과 테크라의 행적’이라는 외경을 보면 사도 바울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대머리와 흰 다리에 눈썹은 서로 맞닿고 코는 매부리에 단신의 다부진 체구를 가진 호감에 찬 사나이, 그는 인간의 모습에 천사의 얼굴을 가진 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신학적 교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날마다 체험하는 ‘나의 복음’이 돼야 합니다. 기억하십시오. ‘나의 복음’은 삶 속에서 십자가를 직접 체험하고 경험한 실제적 복음이며, 동시에 그 경험한 십자가의 능력을 땅끝까지 전파하는 선교적 복음이라는 사실을.
황재명 생명의길교회 목사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소속인 생명의길교회는 주님이 세우는 주님의 교회를 표방하고 있다. 예배공동체 성령공동체 전도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