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동훈(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연일 강력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 후보자 지명이 검찰 개혁의 명분을 제공하고, 6·1 지방선거에서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14일 TBS 라디오에서 “한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은 국회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일종의 선전포고”라며 “최측근, 일부에서는 황태자라고 불리는 한 후보자를 (내각에) 넣어 공안 통치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정부의) 인사가 망사가 됐다”며 “한 후보자가 민정수석을 겸한 법무부 장관이 되면 ‘윤석열의 우병우’가 돼 국민과 야당을 탄압하고 정치보복을 자행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의 위험한 징조”라며 “암 덩어리가 되기 전에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강력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지만 당내에선 한 후보자 지명이 대선 패배 후 구심력이 약해진 민주당에 상당한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당장 민주당 지도부는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의 심복인 한 후보자의 지명은 권력기관 개혁이 얼마나 시급한지 여실히 보여준다”며 “민주당이 왜 이렇게 절박하게 권력기관 개혁법을 4월에 마무리 짓고자 하는지 이번 인사 발표로 더욱 확실해졌다”고 강조했다.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검찰 개혁이라는 명제에는 동의하지만 추진 방식과 속도에 동의하지 않았던 의원들도 한 후보자 지명 이후 더 이상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우리 당이 검찰 개혁 법안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했을 때는 정말 ‘큰일 났다’고 생각했는데,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 지명하는 것을 보고는 그런 걱정이 싹 사라졌다”며 “지역구에서도 검수완박 잘했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전했다.
당초 민주당이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던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한 후보자 지명으로 민주당이 해볼 만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솔직히 이번 주 초만 해도 호남 외 지역은 지방선거에서 다 질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어제 한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아직 서울까지는 모르겠지만 인천과 경기, 충청에선 확실히 승산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수도권 다선 의원도 “대선 때 한 달 새 판세가 몇 번이나 뒤집혔는지 생각해 보라”면서 “민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윤 당선인이 끝내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면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이고 중도층도 민주당 후보에게 ‘줄투표’를 하게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승욱 안규영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