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세 가지 꿈을 꾸었다. 비행기 승무원이 되는 것, 의사와 결혼하는 것, 구원을 받고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 기도제목으로 주문을 외듯 20년 가까이 기도했다. 그러다 24살에 항공사에 입사해 국제선에 투입됐다. 비행기 안 생활보다 해외에서의 자유시간은 너무 즐거웠다. 가방, 시계, 화장품 등을 싸게 살 수 있어 늘 흥분됐고, 멋진 현지 음식에 색다른 문화도 체험하고,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낭만도 즐겼다. 그러다 국내에 들어오면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 카페, 나이트클럽을 다니고 소개팅을 하며 늘 행복했다. 경력이 쌓이며 비즈니스를 거쳐 퍼스트 클래스에서 일했다. 초호화 고객들 속에서 내 눈도 어느 새 최상위 클래스가 되었다.
그러나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날씨가 흐리고, 기류가 좋지 않아 비행기가 심하게 요동치면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교회에 오래 다녔고 항상 십일조를 해서 천국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막상 절박한 상황이 올 때면 혹시 이대로 떨어져 죽으면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함이 몰려왔다. 그런데 나와 별로 다른 것이 없이 그냥 평범한 교회생활을 하던 큰언니가 어느 날부터 집에 들어오면 성경책을 읽고, 교회 사람들과 밥을 먹고, 항상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같이 얘기를 해 보아도 대화가 섞이지 않았다. 그때, 내가 믿는 예수님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과 죽으면 지옥이라는 생각에 앞이 캄캄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달에 두 번 정도 쉬는 주일엔 무조건 가족이 다니는 한마음교회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리 설교를 듣고 말씀으로 교제를 하고, 요한복음을 읽어도 지식은 쌓이지만 마음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 1년 넘게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목사님의 요한계시록 3장 15절 ‘차든지 덥든지 하라’는 말씀을 듣고 ‘뜨거워지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차가워지기라도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한번 뿐인 인생, 나를 위해 멋지게 살아보자.’하며 예전의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렸다. 차를 바꾸고 고액 시계와 구두, 외투를 사고 비싼 음식도 마음껏 먹었다. 2년 정도 그렇게 살다보니 다시 불안감이 몰려왔다.
나만을 위해 살았건만 몰려오는 공허감을 감당할 수 없어 외국에 나갔을 때 읽을 성경과 신앙서적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러다 파리에 갔을 때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은 후 삶이 변화된 우리 교회 성도들의 간증집 ‘부활을 본 사람들’을 읽기 시작했다. 간증들을 읽는데 모세가 놋뱀을 들었을 때 놋뱀을 본 사람은 살았던 것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을 쳐다보면 살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성령님께서 역사해 주시면 나도 예수님을 만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즉시 침대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앉아 ‘하나님. 이제 예수님을 꼭 만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하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성경이 사실인가 아닌가? 예수님이 진짜 부활하셨을까?’를 놓고 정리해 보았다. 첫째,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도망갔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뒤에 끔찍한 순교를 당했고 둘째, 예수 믿는 사람들을 모질게 핍박하던 사울이라는 청년은 목숨을 내놓고 부활을 전했고 셋째, 구약의 모든 예언이 신약에 다 성취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예수님의 부활은 역사적 사실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로마 비행스케줄이 나왔고 마침 카타콤에 갈 기회가 생겼다. 가이드는 예배를 드린 넓은 공간, 벽에 paul(바울), pietro(베드로)라는 글씨, 다른 벽에 새겨져 있는 예수님 얼굴 등 당시에 크리스천들의 처참했던 생활을 자세히 설명했다. 순간, 예수님은 신화 속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2000년 전에 살아계셨다가 부활하신 분이라는 것이 딱 비춰졌다. 너무 큰 충격이었다. 나는 그 부활하신 예수님을 내 인생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그러자 세상과 하나님 사이에 끼어 있던 모든 갈등이 끝나고 내가 세상에 살아가야 할 분명한 이유를 찾았다.
시간이 지나 신실한 믿음을 가진 의사와 결혼하고 함께 병원을 운영했다. 그런데 원치 않는 상황과 환경으로 병원 개업 후 폐업도 하고, 전국을 다니며 10년 간 이사를 8번이나 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 새 힘을 주셔서 결국 춘천에 안착했고 병원은 성업 중이다. 정신과 환자, 알콜 중독자 등 상상 못할 분들도 많이 병원을 찾지만, 그분들도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귀한 영혼이기에 정성을 다해 보살피며 복음도 전한다.
그러다 뜻하지 않는 암으로 큰 수술을 했다. 죽음을 실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되니 나를 구원해 주신 하나님이 너무 감사했고, ‘부활’은 정말 희망이었다. 어릴 때 기도했던 3가지 꿈을 다 이뤘지만, 그 목적은 완전히 바뀌었다. 부활하신 주님이 나와 우리 병원의 주인이시니 날마다 주님의 사랑으로 사명 감당에 최선을 다한다.
이미경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