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비리로 점철된 세무사시험, 여전히 거짓말 하는 산업인력공단

입력 2022-04-15 04:06

고용노동부는 최근 4개월간 세무사시험 특정감사를 벌인 끝에 지난 4일 ‘시험 출제·채점·관리 등 전방위적인 측면에서 총체적인 부실이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그럼에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감사 결과를 부정한 채 여전히 거짓말을 일삼고, 어수봉 이사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한 피해 수험생은 14일 기자에게 “산인공 측에서 ‘시험 출제자 선정 규정을 어긴 건 맞지만 은폐한 적은 없다’고 한다”며 “보도된 내용들과 다른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연락을 해왔다(국민일보 4월 4일자 1면 보도 참조).

산인공이 시험 출제자를 입맛대로 골라놓고도 규정을 지킨 것처럼 서류를 허위작성해 은폐를 시도했다는 사실은 고용부의 감사 관련 공식 보도자료에는 빠졌지만 관련 백브리핑에서 설명된 내용이다. 산인공 담당자는 보도자료에 해당 내용이 없으니 일단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뗀 것으로 보인다.

산인공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 핵심 원인이었던 ‘채점 기준 미공개 방침’도 시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사태 초기 밝혔던 “채점 기준을 공개하면 업무량이 많아진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고등학교 내신시험에서도 정답지를 공개하는 나라에서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국가전문자격시험 답안지를 숨기려 드는 행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고용부 감사에서 세무사시험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 인정됐음에도 사태의 총책임자인 어 이사장은 실무진 뒤에 숨어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피해 수험생들은 어 이사장이 이번 사태에 사과하고 책임감 있는 후속 조치를 약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개월째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인공 홈페이지에 실린 “소통을 강화하고 윤리·인권경영을 적극 실천하겠다”는 어 이사장의 약속이 무색해 보인다.

김지훈 경제부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