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인상 불가피하나 가계 빚 폭탄 막을 대책 강구해야

입력 2022-04-15 04:05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시장의 동결 우세 관측 속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총재 공석을 무릅쓰고 만장일치 결정을 내린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영향 등으로 물가 상승 속도가 심상치 않아 그만큼 상황이 다급해졌음을 반영한다. 더구나 한은은 매파로 돌아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스텝’에 속도를 맞춰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다. 뱁새가 황새 따라 가는 격이지만 취약한 국내 금융시장 여건상 외국인 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지난 2월 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의식한 금리 동결로 2개월 가까이 허송세월하다 금리를 올린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예사롭지 않은 것은 금통위가 고물가 장기화와 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올해 성장률이 예상치 3%를 밑도는 경기 위축 전망까지 제시했다는 점이다. 코로나 이전의 3%대 실업률 복귀에 성공하는 등 경기회복세 속에 긴축 드라이브에 나서는 미국과는 정반대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경우 소비가 위축되면서 청년층과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미국과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 분석 보고서에서 올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가 연 2.33%로 추정됨에 따라 한국의 기준금리도 한은의 예상치인 연 2.0%보다 높은 연 2.86%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이자만 연간 전체 40조3000억원, 가구당 345만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말 현재 고위험 가구는 3.2%(38만 가구)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진 금융 빚은 비중이 5.2%(69조원)로 더 큰데다 금리 상승으로 수치가 더 늘어날 수 있어 취약계층 관리가 절실하다. 240만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2004년 카드대란이 무소득자에게까지 신용카드가 마구 발급된 데서 비롯된 점을 감안하면 1756조원 규모의 가계 빚 폭탄 진원지가 어디가 될지는 명확하다. 새 정부 내각 인선이 마무리된 만큼 경제팀 수장과 한은 총재 후보자는 머리를 맞대고 종합 플랜을 내놓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