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상을 해 보았다. 둥근 테이블에 여섯 명이 앉아 있다. 테이블에는 ‘음식 배달시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문구가 놓여 있다. 여섯 명의 등장인물은 각각 외식 자영업자, 소비자, 배달 노동자, 배달 플랫폼 운영자, 중소기업인, 환경운동가다. 저마다 처한 상황과 관심사가 다르다.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게 될까.
코로나 시대에 배달시장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판로가 막힌 소상공인들은 배달앱 덕에 숨통이 트였다. 오랜 ‘집콕’의 나날을 배달 음식 덕에 버틴 소비자들도 적잖다.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배달 라이더를 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배달 플랫폼 기업에는 투자가 이어졌다. 위축된 경제 상황에 가장 활기 넘치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가 저물고 엔데믹 기대감이 고조되며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다. 누적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외식 자영업자 A씨의 주장이다. “배달 장사만 해서는 남는 게 없어요. 수수료 떼고, 배달료 내고, 악성 리뷰로 상처받고. 단건 배달 수수료까지 오르니 못 참을 지경인 거죠. 배달이 늦어져서 음식이 식어도 욕은 우리가 먹어요. 리뷰 별점 깎이고요. 다 먹어놓고 환불해 달라는 사람도 꼭 있어요.”
소비자 B씨는 배달 음식이 ‘서비스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고 토로했다. “배달 비용은 사실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 아닌가요. 배달 메뉴 가격에 배달비가 포함돼 있다던데, 배달 팁은 또 계속 올라요. 1시간을 기다렸는데 다 식어버린 음식을 받는 일도 흔하고요. 비싼 값을 지불하는데 서비스 만족도가 너무 떨어져요.”
배달 노동자 C씨는 ‘배달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언급했다. “지난달에만 배달 기사 4명이 배달하다 돌아가셨어요. 건당 수수료를 받다 보니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어요. 사고가 나도 산재 적용도 제대로 못 받아요. 생계 때문에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 많아요. 기업은 알바 뽑아서 메우려고 하고, 배달 기사에게 무작정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고요. 우리도 힘들어요.”
배달앱 운영 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소상공인 어려움을 고려해 오랫동안 수수료를 경감해줬어요. 최근 수수료를 인상했지만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배달료는 라이더 인건비, 라이더 중개료를 포함해 제반 비용에 들어가는 돈이에요. 그동안 배달료 상한을 정해놓고 라이더에게 추가되는 배달비는 기업이 대신 냈어요. 기업도 언제까지고 손해를 감수할 수는 없잖습니까.”
배달앱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는 중소기업인 D씨는 ‘배달시장이 노동환경을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요즘은 알바 구하기도 힘들어요. 얼마 전 한 신입사원이 3개월 만에 그만둡디다. 배달 알바하면서 자유롭게 살겠다고요. 건설 현장이나 농장은 외국인 근로자들 없으면 굴러가지 않아요. 배달에 노동력이 몰리면서요.” 환경운동가 E씨는 ‘배달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꺼냈다. “배달시장의 폐해는 미래 세대가 짊어지게 생겼어요.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재활용도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편리함만을 추구하면서 지구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어요.”
처한 상황이나 가치관에 따라 입장이 이렇게 첨예하게 갈린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양자택일은 불가능해졌다. 경쟁적인 환경에서 급속도로 성장하는 경우 부작용도 함께 키운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을 뿐이다. 배달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떠나는 소비자가 생겨나고, 도태되는 이들이 등장하고, 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디 크게 타격받는 사람 없이 연착륙하기를 바랄 뿐이다.
문수정 산업부 차장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