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기대감에 ‘보복 여행’… 6시간 이상 장거리 해외 선호

입력 2022-04-17 19:31
이집트 여행객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여행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년 넘게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자 6시간 이상 걸리는 장거리 여행을 선호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길게는 5개월 전부터 항공권을 예약하는 등 신중하게 여행지를 선택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G마켓과 옥션은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해외여행 상품 빅데이터를 분석 결과 해외 항공권 판매가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876%나 증가했다고 17일 밝혔다. 해외 현지투어 상품도 781% 이상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해외여행 트렌드는 코로나19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판매 순위 10위권 중 6곳이 비행시간 6시간 이상의 장거리 여행지였다. 이번 조사에서 해외항공권 판매는 캄보디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하와이 순으로 많았다. 방콕(5위), 캐나다 밴쿠버(6위), 토론토(9위) 등의 비행시간 6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 인기 여행지로 꼽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에는 일본 오사카(1위), 베트남 다낭(2위), 일본 후쿠오카(3위) 등의 단거리 여행지가 인기를 끌었다. 당시 판매 순위 10위권 안에 비행시간 6시간 이상인 여행지는 방콕(5위)뿐이었다.

3월 한 달간 판매된 항공권 예매의 지정 출발일은 3월부터 8월까지 고른 분포를 보였다. 2019년 같은 기간에는 예매 후 한두 달 안에 떠나는 비중이 54%나 됐었다. G마켓·옥션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부담 없이 떠나는 즉흥여행이 많았다면, 지금은 여행지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계획적으로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외 항공권 구매층에도 변화를 보인다. 2019년에는 남성 구매자가 43%였는데 올해 처음으로 절반(51%)을 넘어섰다. 50대 이상 구매자는 32%에 이르렀다. 3년 전(24%)보다 8% 포인트 늘었다. 중년 남성이 가족여행을 위해 항공권을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주철 G마켓 전략사업본부장은 “그동안 억눌렸던 해외여행에 대한 보상심리가 반영된 듯하다”며 “예전에는 선뜻 결정하기 쉽지 않았던 여행지에 대한 인기가 높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