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전봇대를 활용한 ‘전주(電柱) 거치형 충전소’를 도심 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산복도로나 구도심 등 충전시설 사각지대에도 설치할 수 있어 인근을 지나는 전기차에 오아시스 역할을 할 전망이다.
부산시는 14일 한국전력공사 부산울산본부와 전주 거치형 전기자동차 충전소 설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에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이경숙 한국전력공사 부울본부장을 비롯해 부산진구, 해운대구, 금정구, 동구, 수영구, 사상구 등 시범사업 대상 6개 구의 구청장이 참석했다.
현재 부산지역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기는 5683기로 부산시에 등록된 전기자동차 1만1308대(지난해 기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부산지역에 전기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충전소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특히 옛 도심과 산복도로 등에는 충전 시설 용지 확보가 쉽지 않아 전기차 충전소 설치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시는 전봇대를 활용해 설치하는 전주 거치형 전기차 충전소를 도심 내 주차장에 설치하기로 했다. 한전 소유 전주를 활용해 주차면 1면 이상을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으로 지정해 전기차 충전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전봇대 충전소는 부산진구 9곳, 금정구 4곳, 수영구 3곳, 동구·사상구·해운대구 2곳씩 총 22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시는 시범사업 총괄 및 행정적 지원을, 한전은 전주 거치형 충전소의 설치·운영 및 유지·관리를 맡는다. 시범지역 6개 구는 전봇대 옆 주차 용지를 제공하고 이번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필요시 주차구역 운영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시는 2025년까지 차량 충전기를 2만2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산이 많은 부산의 지형적 특성상 충전시설 용지 확보가 어려웠는데 전봇대 충전소 도입을 계기로 주택가, 산복도로 등에도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주 거치형 충전소의 안정적 운영과 확대 보급을 통해 부산이 먼저 탄소중립 도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