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돌아온 한동훈

입력 2022-04-16 04:08

한동훈 검사장이 드라마틱하게 중앙 무대로 복귀했다. 한 검사장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내각 인선 중 가장 파격적인 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선인 최측근인 한 검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검·언 유착’ 의혹 사건으로 정치적·사법적 소용돌이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검사장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아니었다.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 강남일 전 대검고검장,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 등이 언급됐었다.

하지만 인선 발표 직전 한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 자리에 내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 사무실에 한 검사장이 모습을 나타내자 현장은 술렁였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의 말을 빌리자면 “한 검사장이 브리핑룸에 서서 질문을 받는 모습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검찰총장 중용이라는 상상력은 발휘할 수 있었지만 법무부 장관은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는 소식에 정치권과 법조계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은 ‘경악스럽다’ ‘검찰 쿠데타’ 등 공격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윤 당선인은 “파격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한 검사장 인선이 깜짝 발탁을 넘어 가히 파격적인 발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자기 사람을 끝까지 챙기는 윤 당선인의 ‘보스 스타일’이 한 검사장 지명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참모들이 한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할 것이냐고 물었을 때 “다 잘 참고해서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한 검사장에게 “이제 수사 그런 것은 다 잊으라”며 법무부 장관 자리를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문재인정부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수차례 좌천됐던 한 검사장이기에 사람들은 걱정 어린 시선으로 이 인선을 바라보고 있다. 보복으로 얼룩진 사정 정국이 펼쳐지지는 않을지, 또다시 극심한 진영 갈등이 이어지지는 않을지 등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막기 위한 카드냐는 질문에 윤 당선인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검사장도 “추미애, 박범계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행사의 해악을 실감했다”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한 검사장에게 칼을 거두고 펜을 쥐여준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하려 애썼다.

한 검사장 인선에 정치적 고려는 없었음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이 인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해 보인다. 민주당이 강행하고 있는 ‘검수완박’을 비롯한 검찰개혁에 브레이크를 걸으라는 것이다. ‘검찰 공화국’으로 회귀하려는 윤 당선인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진보 진영은 비판한다. 윤 당선인 측은 ‘검찰 정상화’를 위한 최전선에 세울 인물로 한 검사장이 최적임자라고 주장한다.

‘검찰 정상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집권 세력이 됐고,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은 국회에서 여전히 거대 의석을 점하고 있다. 정면충돌은 예견된 수순으로 보인다. 검찰을 가운데에 놓고 이어지는 힘겨루기를 차기 정부에서 또 봐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내내 피로감을 생산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추·윤 갈등’에 버금가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전임 정부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질렀다면 형사사법 시스템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정치적 보복을 예고한 것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한 검사장의 발언도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인선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개혁에 대해 묻자 “새로 할 것이 없다. 검찰은 효율적이고 실력 있게 나쁜 놈들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검수완박’이나 수사지휘권 등 제도적 논쟁에서 끝난다면 다행이다. 현 여권 인사들에 대한 정치적 수사로 번진다면 그 혼란은 감당이 되지 않는 수준일 것이다. 정권교체가 될 때마다 반복됐던 보복성 수사가 새 정권에서도 재현된다면 또다시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정치의 동력이 복수심이 될 때 어떤 비극이 펼쳐지는지 우리는 수없이 확인했다. 윤석열정부만큼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가현 온라인뉴스부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