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동안 이유를 알 수 없는 무력감과 우울감에 힘들었습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에 어떤 언어를 붙여야 할지 몰랐습니다. 더구나 이런 저의 상태에서 나오는 말들을 경청하며 들어줄 이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너무 힘들어서 동료에게 이야기를 꺼내 보았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동료가 어쩌면 4월이 다가와서 그런 것은 아닌지 물었습니다. 저는 그 말의 의미를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지하철역 앞 횡단보도에서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노란 리본이 반가우면서도 숙연해집니다. 어떤 마음으로 리본을 달고 있는지, 무언의 애도가 전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세월호 참사 8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2014년 4월 16일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리에서, 식당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우리는 시대의 목격자로 그날을 기억하고 떠올립니다. 비록 서로 다른 시공간에 떨어져 살지만, 저는 세월호를 매개로 많은 이들이 슬픔과 애도를 공유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배가 침몰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예기치 못하게 가족을 잃은 이들이 있었고,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이들도 있었습니다. 여러 날을 지새우며 거리에서 천막농성 중인 이들이 있었고, 삶터에서 쫓겨난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께서 그곳에 찾아가 위로를 전하고 애도의 시간을 보냈음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계셔서 세월호는 오늘도 미래의 어느 날에도 멀리 가는 이야기가 되어 계속 쓰일 겁니다. 우리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여정에 함께 있을 것입니다. 이 지면을 빌려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습니다. 생의 한가운데서 온몸으로 살아낸 당신께, 살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천주희 문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