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안전이다. 특히 타이어는 안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미국 운수국(Department of Transportation·DOT)은 안전과 직결되는 여러 정보를 타이어에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전성을 강화하거나 친환경적인 타이어 개발을 위한 제조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타이어에 적힌 숫자의 비밀
타이어를 확인해 보자.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와 알파벳이 빼곡하다. 그래픽에서 보이는 타이어에는 ‘205/55R16 91W’라고 적혀 있다. 첫 번째 숫자 205는 타이어 폭이 205㎜라는 뜻이다. 숫자가 클수록 타이어와 노면의 접지면적이 넓어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코너링을 할 땐 폭이 좁은 타이어가 유리하다. BMW7 시리즈는 앞바퀴와 뒷바퀴의 폭이 다르다. 뒷바퀴에 폭이 넓은 타이어를 장착해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하고, 앞바퀴는 상대적으로 폭이 좁은 타이어를 탑재해 좋은 코너링을 제공한다.
다음 숫자 55는 편평비다. 타이어 폭을 100이라고 했을 때 타이어 두께(휠 부분 제외) 비율이 55%라는 의미다. 편평비가 낮을수록 안정적 코너링이 가능하다. R은 래디얼 타이어(Redial Tire)를 뜻한다. 타이어 내부에는 합성섬유나 강철 등의 다양한 보강재(타이어 코드)가 들어간다. 배열방식에 따라 래디얼 타이어와 바이어스 타이어로 나뉘는데, 대부분 승용차는 래디얼 타이어를 쓴다. 그다음 숫자 16은 휠이 16인치라는 의미다. 바퀴가 커지면 핸들링과 제동력이 좋아지지만 연비는 떨어진다. 91은 타이어가 견딜 수 있는 최대무게를 지수화한 ‘한계하중지수’다. 91은 약 545㎏까지 버틸 수 있다. W는 타이어가 견딜 수 있는 최대무게를 싣고 달릴 수 있는 최고속도를 나타낸다. L은 시속 120㎞, O는 160㎞, R은 170㎞, S는 180㎞, H는 210㎞, V는 240㎞, W는 270㎞, Y는 300㎞까지 달릴 수 있다.
타이어도 유통기한이 있다. 시간이 지나 고무가 딱딱해지는 경화가 시작되면 노면과의 접지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제조일자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4자리 숫자로 표시돼 있다. 앞 두 자리가 출고 주차, 뒤에 붙은 두 자리가 생산연도다. 예를 들어 ‘1920’이라면 1920년에 생산됐다는 게 아니라 2020년 19주차에 제조했다는 의미다. 통상 제조사는 경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생산 후 6년 정도로 본다. 운전자의 타이어 교체시기가 2~3년 정도라는 걸 감안해 출고 후 3년 정도가 지나면 티이어를 유통시키지 않는다. 만약 타이어 업체에서 “신발보다 싸다”며 헐값 타이어를 추천하면 제조일자를 꼭 확인해야 한다. 제조일자 앞에 있는 ‘DOT’는 타이어 정보 표기법을 정한 미국 운수국의 약자다.
그러나 적절한 타이어 교체 시기는 운전자마다 다르다. 주행 습관이나 운전 환경에 따라 타이어 마모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모한계선을 확인해야 한다. 타이어에 음각으로 파인 배수홈을 보면 1.6㎜ 높이의 볼록하게 올라와 있는 마모한계선이 있다. 타이어가 마모돼 마모한계선에 닿으면 교체해야 한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마모한계선에 다다른 타이어는 빗길 제동거리가 새 타이어보다 배 가까이 길고 내구성이 떨어진다. 여름철 뜨거운 노면을 달릴 때 과열돼 폭발 가능성도 커진다. 일반 타이어는 트레드(노면과 접촉하는 부분) 깊이가 3㎜, 겨울용 타이어는 4㎜에 도달했을 때 교체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신개념 타이어를 위한 치열한 경쟁
전 세계에서 한 해 발생하는 폐타이어는 2300만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 매립하거나 소각 처리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타이어는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타이어를 개발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대표적인 게 공기 없는 타이어(에어리스 타이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서 에어리스 타이어 아이플렉스를 선보였다. 공기를 채우지 않아도 모양을 유지할 수 있고 펑크에 따른 사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본 브리지스톤은 2011년 도쿄모터쇼에서 에어리스 타이어를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성능을 개선했다. 프랑스 미쉐린은 GM과 함께 2019년 에어리스 타이어 시제품 업티스를 내놓았다. 2024년 승용차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용으로 판매하는 게 목표다.
스타트업 스마트타이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우주탐사 기술을 이용해 고무처럼 탄력 있고, 티타늄처럼 튼튼한 에어리스 타이어를 개발 중이다. 변형되더라도 금세 복원되는 형상기억금속을 활용했다. 타이어 하나가 9t을 지탱할 수 있고 수명도 더 길다고 한다. 굿이어가 2017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센서 인 타이어’ 기술도 있다. 타이어가 노면 상황이나 기상 조건 등의 정보를 수집해 차량 제어시스템에 전송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 속도, 제동, 조향 등의 안전성을 최적화한다. 금호타이어의 콘셉트 타이어 이클레브는 고압의 바람을 발생시켜 노면 빗물을 제거해준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