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최측근 한동훈 법무 지명… 민주 “검찰 쿠데타”

입력 2022-04-14 04:07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새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절대 파격 인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 후보자는) 법무 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사법 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절대 파격 인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일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인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인선에 대해 “윤석열의 검찰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윤 당선인 측과 민주당이 이번 인사를 놓고 정면충돌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정국은 급격하게 얼어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한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법무부 수장으로 기용해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움직임에 맞불을 놓았다는 해석도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후보자는 20여년간 법무부와 검찰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고 수사와 재판, 검찰제도, 법무행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사법 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인선 이유를 밝혔다.

한 후보자의 발탁은 조각 과정에서 예상되지 않았던 파격 인선이다. 윤 당선인이 비판론을 무릅쓰고 강행한 인사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당선인이 검찰개혁을 외치는 민주당에 보란 듯이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를 일찌감치 낙점한 뒤 철통 보안을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대해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이 크게 고통받을 것”이라며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수사 일선에서 빼기 위해 이번 인선을 결정했다는 해석도 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윤 당선인은 한 검사장에게 칼을 거두고 펜을 쥐어줬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과 민주당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인사 참사 정도가 아니라 대국민 인사 테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새 정부 출범 전후 민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윤 당선인 측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을 비롯해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정부조직 개편 등에 있어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초 윤 당선인 측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립적인 선거 관리를 위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 자리에는 정치인을 배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정치인 대신 당선인의 최측근을 앉힌 것이어서 역시 중립성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과 선후배 검사로 호흡을 맞췄던 사이고, 이날 함께 지명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다.

정현수 이상헌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