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13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는 소식에 검찰은 크게 술렁였다. 조직이 국회를 상대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를 설득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자극했다는 것이었다. 정무직 기용으로 ‘보복 수사’ 우려를 차단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이자 여권과 대립해온 인물인 만큼 ‘검찰의 정치화’가 심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컸다.
검찰 구성원들은 한 후보자의 자질 문제를 떠나 이번 지명이 검찰의 검수완박 저항과 설득 과정에 역효과로 작용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형사사법시스템의 변화를 국민적 관점으로 설득하고 검찰의 자성을 약속하고 있었는데, 또다시 검찰을 둘러싼 극단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걱정이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수완박에 대한 설득은 감정을 절제하고 이뤄져 왔지만 이제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말들은 공중에 떠 버렸다”고 말했다.
이번 지명이 검수완박 평가를 모두 집어삼키고 민주당이나 청와대를 더욱 자극한 격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총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거부권 행사를 설득한다고 하는데, 대통령의 의사가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취임 직후 인사에서 보였던 ‘특수통’ 중용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검사는 “선해하자면 ‘보복 수사’의 칼은 없다는 의미겠지만, 앞으로의 검찰 인사는 결국 당선인의 내 사람 챙기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가 임명되면 법무부 장관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7기수 후배가 된다. 그간 총장이 장관보다 법조계 선배였던 전례가 없지 않았지만, 검찰이 아닌 다른 직역 출신이 장관직을 맡은 경우였다. 이 때문에 법조계는 한 후보자의 선배 등 고위직들의 사의 표명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예상한다. 다만 전과 달리 검찰의 독립이 강조된 상황이라 ‘용퇴’ 문화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 총장은 한 후보자 지명에 대해 “업무에서 기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검찰 최고 지휘감독권자가 장관이므로 충분히 예우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검수완박 저지 설득 과정에 미칠 영향을 물었지만 김 후보자는 “말씀드릴 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한 후보자 지명에 대해 “여러 갈래 해석을 할 필요가 없는 지명”이라고 평가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경원 조민아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