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바꿔 6000명 집결… 민주노총 불법 집회에 시민 불편

입력 2022-04-14 04:0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차별 없는 노동권, 질 좋은 일자리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인근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법원이 참가 인원을 제한하자 집회 장소를 기습적으로 바꿨다. 주최 추산 6000명이 모였지만 경찰과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최현규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대선 이후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민주노총은 집회 장소를 법원이 허가한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종묘공원으로 기습 변경해 수천명의 조합원을 결집시켰다. 이날 집회는 경찰과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지만, 민주노총은 다음 달까지 줄줄이 대규모 집회·시위를 잡아놓고 새 정부와의 기싸움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오후 1시20분쯤 조합원들에게 집회 장소를 기습 공지했다. 전날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시의 집회금지 처분에 대해 민주노총이 낸 효력정지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경복궁 인근 고궁박물관 인근에서만 집회를 허용했다. 오후 1~2시에 인원을 299명 규모로 제한한다는 단서 조항도 붙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결의대회 개최 예정 시간을 1시간30분가량 앞두고 미신고 된 종묘공원을 집회 장소로 전달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서울시교육청, 광화문광장 등 도심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던 민주노총 산별노조도 공지 직후 종묘공원으로 모였다. 차벽으로 세워졌던 경찰버스가 변경된 집회 장소로 한꺼번에 이동하면서 교통이 일부 제한되는 바람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오후 3시부터 종묘공원 내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총파업 투쟁으로 노정교섭 쟁취하자” “불평등 체제 교체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밝힌 노동 정책을 비판했다. 주최 측은 약 6500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가 금연 구역인 공원에서 흡연하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날 집회는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능력을 내보이는 성격도 띠고 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경찰이 민주노총 집회에 미온적으로 대응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찰도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기조를 밝힌 상태였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앞두고 경찰은 전날까지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응 전략을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집회는 큰 충돌 없이 종료됐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미신고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한 데다 다음 달 1일까지 4차례의 도심 대규모 집회를 추가 예고한 만큼 경찰의 대응이 보다 강경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불법집회를 강행한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에 대해 신속한 출석을 요구하고 채증자료 분석을 통해 엄정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134개 부대, 8500여명의 경력이 투입됐다.

이의재 안명진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