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천됐던 ‘특수통’의 충격적 발탁… 한동훈 누구인가

입력 2022-04-14 00:02
한 후보자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재임하던 2020년 2월 부산고검을 방문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동훈(49)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대선 이후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 기용설이 제기됐지만 장관 하마평에는 오르지 않았던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파격이 아니라 했지만 법조계의 반응은 충격이었다. 최근 수년간 여론을 갈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 수사, 검·언 유착 의혹 등의 주제가 그의 인사청문회에서 한바탕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한 후보자는 검찰 안팎이 능력을 인정하는 특별수사 전문가로 통한다. 검사 임용 전인 공군 법무관 때 이미 군수장교의 뇌물 혐의를 인지해 구속한 바 있다. 초임검사 때에는 SK 분식회계 사건을 맡아 ‘차떼기’ 진술을 받아냈고, 이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등 특별수사 부서에서 일하며 많은 성과를 냈다. 국정농단 특검 파견,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으로 일하며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다수 대기업을 수사했다.

이런 한 후보자의 장관 인선은 그의 ‘칼잡이 인생’이 일단 끝났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검찰 간부가 정무직인 법무부 장관으로 일하려면 사표를 내야 하며, 장관으로 재직했다 검사로 복귀한 전례는 없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와 예산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다만 한 후보자 인선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대비책의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법무부 장관은 국회 의결 없이 직권으로 상설특검을 가동할 수 있는데, 검수완박 이후에도 이 방법으로 수사가 가능하다는 해석이었다. 한 후보자는 관련 질문에 “아직 사안을 알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라고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경솔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수사와 관련해 고집을 꺾지 않았고 때로 윗선과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했다. 그는 평검사 시절 검찰총장 집무실에 불려가 질책을 받으면서도 의견을 관철했고,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며 여러 번 직을 걸었다. 이런 그를 기개 있는 검사로 평가하는 이도 많고, 자기 확신이 지나치다며 비판하는 이도 많다. 그는 “수사엔 ‘상식 있는 분노’라는 명분이 필요하다” “무슨 일을 하든 기준을 지키려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을 때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지만 조 전 장관 수사 이후인 2020년 1월부터 한직을 전전했다. 수사를 하지 않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이 그의 자리였다. 법무부 장관들을 수사하거나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던 그가 장관에 지명된 점은 퍽 극적이라는 평이 많다. 그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일개 장관’이라 칭했던 것도 이날 자주 회자됐다.

그의 장관 지명은 그가 피의자 신분을 벗은 지 1주일 만에 발표됐다. 한 후보자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에 연루돼 강제수사를 받았는데 검찰은 지난 6일 약 2년 만에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경원 조민아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