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발표한 첫 내각 2차 인선 명단에도 안철수계 인사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으면서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구상에 대한 파열음이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석열정부 첫 내각 인선은 공동정부의 안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로 여겨졌다. 그러나 안 위원장 최측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인수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인선을 놓고 양측에 갈등이 있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특히 안 위원장은 1차 내각 인선과 관련해 “인선 과정에서 전문성 있는 분야에 대해 (윤 당선인에게) 조언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말해 논란은 증폭됐다.
이에 따라 2차 인선에는 안 위원장 측 인사들이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두 차례에 걸쳐 첫 내각 장관 후보자 18명 중 16명을 발표한 상황에서 안 위원장 측 인사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2차 인선 발표를 앞두고 “인사 원칙에 부합하면 어느 계(파)도 상관없다”며 “거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면서 안철수계 인사들이 이번에도 빠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예상은 현실이 됐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30분간 안 위원장을 독대했지만 인선 명단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 위원장은 인선 발표 이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에서 ‘2차 인선 발표를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다음 일정이 있다”고 대답을 피했다. 그는 ‘공동정부 구상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가’ 등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안 위원장이 침묵으로 불쾌함을 표현했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대선 당시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와 이명박정부 때 사람들이 그대로 다시 다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이 쪼가리 말고 날 믿어 달라’는 말의 신뢰는 그 말을 한 사람의 내면의 크기가 지켜주지, 목소리의 크기가 지켜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이 안 위원장과의 단일화 담판 회동을 할 때 ‘종이 쪼가리(합의문항)는 다 필요 없다’고 말한 것을 비꼰 것으로, 윤 당선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인사와 관련한 안 위원장 측 불만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공동정부 구성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