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이 펴내는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아이슬란드는 지난 12년간 성평등 1위 국가로 꼽혔다. 아이슬란드에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면서 회의를 주재하는 대기업 이사회 의장이 있다. 여성이 수영장에서 상반신을 노출했다고 비난을 받으면 자신의 가슴을 드러낸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는 여성 국회의원이 있다. 그리고 “나는 남편의 핸드백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대통령 배우자가 있다.
이 책을 쓴 엘리자 리드는 사업가이자 작가이며 현 아이슬란드 대통령의 부인이다. 그녀는 아이슬란드가 성평등국가임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그녀는 캐나다 출신으로 영국 유학 중 남편을 만나 아이슬란드로 왔다. 그녀는 이 책에서 ‘손님의 눈’으로 아이슬란드가 왜 세계에서 여성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인지 이유를 찾아본다. 자신의 경험과 아이슬란드 전역에서 ‘스프라카르’(비범한 여성들)를 만나 인터뷰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1975년 직장과 가사에서 동시에 손을 놓는 ‘여성휴업’을 벌였고, 이 사건은 아이슬란드 역사를 바꾼 날로 기록됐다. 76년 남녀 고용평등법이 의회를 통과했고 80년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선출돼 16년간 집권했다.
2003년 시작된 아이슬란드의 육아휴직 프로그램은 평등으로 나아가는 국가의 초석 중 하나였다. 고용 여부와 상관없이 양쪽 부모에게 주어지는 유급 육아휴직제도다. 아이슬란드 여성의 출산율은 1.8명으로 선진국 중 가장 높다.
2014년에는 기업 이사진의 4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법이 통과됐다. 여성 임금 차별을 없애는 걸 목표로 한 ‘남녀 동일노동 동일임금법’을 2017년 제정했다. 현재 아이슬란드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88%로 OECD 1위다.
저자는 이런 변화를 만든 모든 과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 여성들을 ‘스프라카르’로 호명하며 성평등을 위해 싸우는 ‘비범한 여성들’이야말로 성평등에 도달하기 위한 비밀이라고 말한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