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검수완박’ 입법을 이달 내 처리키로 한 데 대해 13일 법조계에선 “총론과 각론 모두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수사 현장에선 사건 적체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 이런 과도기 상황에서 검찰이 맡던 6대 범죄 수사마저 경찰 등에 넘어가면 더 큰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장기적으로 한국형 FBI(미국 연방수사국) 같은 기관을 만들어 국가 수사 기능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대범죄수사 전담조직을 먼저 만든 뒤 경찰의 외사·정보·마약 등 수사 기능을 분리·독립하는 방안까지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현장 상황을 잘 모르는 공허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검수완박 입법 이후 검찰이 수사하던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를 어느 기관이 담당할지, 현실적으로 경찰이 감당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정리나 명확한 대안 제시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권부터 지우는 작업이 강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이미 한국 형사사법시스템은 완전히 망가졌다고 보는 실무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소속 변호사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경찰 조사 지연을 경험하거나 들었다’는 응답은 86%에 달했다. 수사지연 원인으로는 ‘경찰 수사관의 역량 부족’(36%)과 ‘과도한 사건 부담’(30%)을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안 6대 범죄를 담당할 경찰에 기업·자본시장 등 고도화된 지능범죄를 수사할 역량을 갖추도록 주문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해 경찰청 주도로 꾸려진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는 눈에 띄는 수사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설립 1년이 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직접 기소한 사건은 여전히 1건에 불과하다.
민주당 구상대로 한국형 FBI를 신설해도 수사 역량을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대검찰청 검찰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한국형 FBI가 만들어질 때까지 경찰이 수사하면 된다는 주장은 현재의 경찰 역량, 조직 등에 비춰볼 때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이 통합된 한국형 FBI 신설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수사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표방해온 그간 검찰개혁 방향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한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는지, 다른 수사 방법은 없는지 등을 관리·감독하는 기능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며 “특정 기관을 오롯이 믿고 ‘잘할 테니 그냥 믿고 맡겨라’라는 것은 국가의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기 사람을 (한국형 FBI 등에) 포진시키면 되레 제2의 검찰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구정하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