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국 태풍의 눈이 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법안대로 검찰 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경찰의 수사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는 간부들의 기대감과 함께 업무량만 늘 수 있다는 일선 경찰의 불만이 뒤섞이는 양상이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경찰 내부 게시판에 ‘검찰의 수사권 폐지 논란에 우리 경찰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은 “수사권 조정 이후 늘어난 업무량과 많은 배당 사건으로 힘들고 어려운 점도 많지만 경찰의 수사 미래와 후배들을 위해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검수완박’ 기회가 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검찰 수사권 폐지가 경찰 입지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검수완박 영향으로 경찰 책임과 권한이 확대되면 동시에 일선의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이미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크게 늘었다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권한과 업무량이 늘어나는 만큼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될 것이란 보장이 없어 검수완박을 무조건 반길 수 없다는 얘기다.
경찰 내부 게시판에서도 “경찰이 더 많은 범위의 수사를 해야만 경찰 조직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이냐” “이제 겨우 수사 종결권을 가져온 지 1년이다. 정착된 건 없고 현장은 아우성”이라고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해당 작성자는 “검수완박이 정말 수사 범위의 문제, 국민을 위한 문제였다면 고작 2~3년 전의 수사권 조정 단계에서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검수완박 반대 논리로 검찰이 내놓는 ‘경찰 무능’ 프레임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지금 검사들은 자신들의 수사권이 박탈되면 사건 처리 시간이 늘어나 그 피해는 국민이 받게 된다는 식으로 경고한다”며 “이는 ‘경찰은 무능·무식하고 검사만이 우리나라 범죄를 척결할 수 있다’는 오만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지휘부는 이 문제를 언급하는 자체를 삼가는 모습이다. 한 경찰청 간부는 “검수완박이나 추가적인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하거나 논의 중인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권과 관련한 입법 사안은 행정부에서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며 “국회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