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현교회(한규삼 목사) 하면 육중한 고딕양식 예배당에 뭔가 엄숙한 분위기라서 다가가기 힘든 느낌을 준다고들 한다. 1953년 설립된 이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의 대표 교회로 보수적인 이미지다. 그런데 코로나로 이 교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근 주민과 직장인에게 공간을 개방하고 무료 커피를 제공하는 등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충현교회 관계자는 13일 “코로나 기간 성도들의 방문이 줄어들면서 교회가 텅 비었고 ‘교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담임목사가 이 넓은 교회 공간을 지역민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고 했고 모두 머리를 맞댔다”며 “여러 시행착오 끝에 교회 마당을 열고 카페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 점심시간에 방문한 서울 강남구 예배당 앞에는 인근 회사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삼삼오오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근처 병원에서 일하는 김은영(54)씨는 “지난해부터 교회 문이 항상 열려 일주일에 2~3차례 점심을 먹은 뒤 산책을 간다. 널찍하고 벤치가 많아 쉬기 좋다”고 흡족해했다. 충현교회는 2020년까지만 해도 교회 건물과 주차장 관리를 위해 교회 문을 닫아 외부인이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지난해 초부터는 낮 시간 교회 문을 항상 열어 둔다. 매주 목요일에는 방문한 직장인과 지역주민 100여명에게 커피를 무료로 나눠준다. 일명 ‘앞마당 사역’을 담당하는 교역자는 “교회를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커피를 드린다. 커피 가게 매출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일주일에 한 번만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에는 아예 교회 방문을 독려하는 전단을 만들어 근처 주택, 상가, 사무실 등에 배포했다. 전단에는 교회 크리스마스트리 사진을 찍는 행사가 안내됐다. 트리 사진을 교회 홈페이지에 올리는 이들에게 추첨을 통해 장기 주차권을 선물하는 것이었다. 6개월 무료 이용권을 받아 이용 중인 이범희(35)씨는 “회사 주차장 사정이 좋지 않아 고민했는데 교회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돼 고마웠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한 신혼부부는 1년 무료 이용권을 받아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공간 개방은 교회 리모델링에도 반영됐다. 최근 충현교회는 교육관을 리모델링해 오픈했다. 1층에는 장애인들이 일하는 카페를 열었다. 옥상은 정원과 어린이 도서관으로 꾸몄다. 한규삼 목사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충현교회는 공유 오피스 등 유휴 공간을 일반 시민들과 나누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