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검수완박 침묵은 민주당 입법 독주 묵인이다

입력 2022-04-14 04:02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은 사실상 외톨이 신세다.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 대부분이 반대 입장이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검찰은 물론 변호사 단체들과 학계도 준비되지 않은 검수완박은 형사법 체계를 무너뜨리고, 피해는 국민이 입을 것이라는 입장이 대다수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172석의 원내 다수당이어서다.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13일 검수완박 문제점을 설명하기 위해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않은 법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논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달 내 법안 국회 처리, 5월 3일 국무회의 공포라는 일정까지 제시한 상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는 일을 20일 안에 전광석화처럼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국회의 시간을 말하는 것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묵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민주당이 추진하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자제 요청으로 국내 언론단체와 해외 언론단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까지 반대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을 막을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고,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려서도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침묵 대신 무리한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민주당의 자제를 당부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이미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서 보완이 시급하다. 그것은 윤석열정부의 몫이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침묵은 불필요한 오해를 증폭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