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풍 거세진 공기업… 男 연봉 131만원 늘때, 女 599만원 뛰었다

입력 2022-04-14 04:05
2019년 8월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한 국책은행 채용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제공

주요 금융공기업·공공기관에서 최근 5년간 여성 평균연봉은 오르고 남성 평균연봉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을 고위직에 기용하는 경우가 늘고 정년 퇴직자 대다수가 남성이어서 일어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근본적으로는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이던 인사 문화에 작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융공기업들은 청년 인턴도 여성을 더 많이 뽑고 있다.

국민일보가 13일 금융감독원 등 금융공기업·공공기관 10곳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결과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경영공시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2017~2021년 이들 10개 기관의 남성 연봉은 평균 131만원 상승한 반면 여성 연봉은 평균 599만원 상승했다. 분석 대상 기관은 금감원을 비롯해 기술보증기금 IBK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다.


분석 대상 10곳 모두 여성의 평균연봉 상승액이 남성을 넘어섰다. 주택금융공사에서는 남녀 연봉 상승액 차이가 6배 이상 났다.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산업은행은 5년간 되레 남성 평균연봉이 깎였다. 산은의 경우 5년간 깎인 남성 연봉이 평균 560만원에 달했다. 기업은행은 남성 연봉이 48만원 깎이는 동안 여성 연봉은 451만원 올랐고, 수은은 여성 인상액(222만원)을 고스란히 남성 차감액(-279만원)으로 상쇄했다.

금융권에서는 여성을 고위직에 기용하는 인사가 확대된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위직 여성이 많아지면서 여성 평균임금도 함께 늘었다는 설명이다. 정년퇴직, 이직으로 고연봉 남성이 줄어드는 한편 신입직원은 성비가 비슷하다는 점도 이런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도 남성 연봉 변동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공기업·공공기관은 최근 청년인턴도 여성을 대폭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인턴을 채용하지 않은 금융감독원을 제외한 9개 기관의 전체 청년인턴 채용 인원은 2017년 1431명에서 지난해 2105명으로 674명 늘었다. 문재인정부가 ‘청년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인턴 자리를 대폭 증설한 결과다. 이렇게 늘어난 674명 중 83.4%(562명)는 여성이었고 남성은 16.6%(112명)였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늘린 인원 151명 중 여성이 110명이었다.

일각에서는 기관평가 고득점을 노린 ‘꼼수 채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 기관평가 가운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항목은 양성평등 수준을 평가하게 돼 있다. 이를 의식한 공기업들이 ‘보여주기’ 차원에서 조직에 큰 영향이 없는 청년인턴 전형에서 여성을 대거 채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런 행태는 역차별을 호소하는 ‘이대남’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금융공기업 청년인턴은 금융권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필수 스펙’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