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제노사이드 범죄

입력 2022-04-14 04:10

제노사이드(genocide)는 그리스어로 인종을 나타내는 ‘genos’와 살인을 의미하는 ‘cide’를 합친 것으로 ‘집단학살’을 뜻한다. 이는 특정 집단을 절멸시킬 목적으로 그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는 행위다. 1944년 법률학자인 라파엘 렘킨이 국제법에서 집단 학살을 범죄 행위로 규정할 것을 제안하면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제노사이드를 처음 범죄로 공식 인정한 것은 1945년 2차대전 직후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의 전범을 기소할 때였다. 그로부터 3년 후 유엔 총회에서 제노사이드에 관한 협약이 승인됐으며 특정 국가·종족·인종 또는 종교집단을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파괴할 의사를 갖고 자행하는 행동을 ‘제노사이드 범죄’로 정의했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코소보의 인종청소 등이 제노사이드 범죄에 속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군의 민간인 대량 학살 등 만행이 국제사회 비난을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인 말살 시도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며 “난 이를 제노사이드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변호사들이 푸틴의 행동을 국제법적으로 제노사이드에 해당하는지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에서 수백명의 민간인이 무차별적으로 학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공격하면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부차 학살과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방에서 자행되는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에 대한 제노사이드를 더 이상 묵인할 수 없어 전쟁을 시작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전쟁터는 푸틴이 명백한 전범, 그것도 제노사이드 범죄자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제2의 우크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국제사회가 푸틴을 제노사이드 전범으로 제대로 처벌해야 할 텐데, 지켜볼 일이다.

오종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