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치명적 약점, 저학력 노동자

입력 2022-04-14 18:55
중국의 한 거대한 아파트촌 옆에서 농부가 밭에 물을 뿌리고 있다. 어느 나라나 도시와 농촌 사이에 격차가 있지만 중국의 도농 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수준이다. 도시-농촌 구분이 공식 정책으로 실행되고 법에 명시돼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개발은 물론 교육에서도 소외된 농촌 인구가 중국 인구의 64%를 차지한다. 중국 인적 자본 문제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농촌지역 문제가 그동안 밖으로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 제공

중국은 계속 성장할 것인가. 중국이 머지않아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스콧 로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지난 40년간 중국 내륙의 광대한 농촌지역을 연구해왔다. 거기서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는 외형에 가려진 처참한 교육 현실을 봤다. ‘보이지 않는 중국’은 중국 노동자들의 저학력이 중국 성장의 아킬레스건이라는 분석을 전한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으로 보면 중진국이다. 저자는 저소득 국가에서 중진국으로 빠르게 올라온 중국이 고소득 국가로 가는 사다리에 오를지는 물음표를 던진다. 많은 나라가 ‘중진국의 함정’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0년 중진국이던 101개 국가 중 2008년까지 고소득 국가가 된 곳은 13개국밖에 없다. 한국 대만 이스라엘 등은 중진국에서 사다리를 타고 고소득 국가가 됐다. 멕시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함정에 걸리거나 미끄럼틀을 타고 추락했다.

저자는 중진국 관문을 통과한 국가들과 함정에 빠진 국가들을 가른 결정적 이유로 인적 자본을 꼽는다. 저소득 국가에서 중진국으로 올라오는 과정에선 저숙련·저임금 노동자에 의존하지만, 고소득 국가는 고학력·고임금 노동자들로 유지된다.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고학력을 갖춘 인적 자본이 중진국에서 고소득 국가로 가는 사다리가 된다. 중국은 바로 이 부분에 걸려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실제로 중국에선 지난 30년간 저숙련·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얻은 비교우위가 끝나가고 있다. 노동자 임금이 빠르게 오르면서 기업들은 더 싼 노동력을 찾아 다른 나라로 옮겨가거나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년 중국 전역에서 4만개의 공장이 문을 닫고 건설 경기도 급속도로 식고 있다. 중국이 계속 성장하려면 고소득 경제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중국 노동력 대부분이 공급망 위로 올라가거나 블루칼라에서 화이트칼라로 전환할 능력이 없다는 데 있다.


더 숙련된 일을 해내는 데 필요한 것은 양질의 교육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진학률을 보면 중국은 30%(2015년)에 불과하다. 중국의 노동가능인구 중 70%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고소득 국가들의 고등학교 진학률은 평균 78%다. 저자는 “그 어떤 국가도 고등학교 취학률 50% 이하로는 고소득 국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중진국에 갇혀 있는 국가들의 고등학교 진학률은 30~50%에 걸쳐 있다. 반면 중진국에서 고소득 국가가 된 나라들은 그들이 중진국이던 시절에도 고등학교 진학률이 고소득 국가와 비슷했다. “한국과 대만처럼 교육 수준이 높은 노동력은 그 나라의 경제가 게임판에서 가장 마지막 부분까지 올라갈 수 있는 엔진을 제공해준다.”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교육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다. 2006년에야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의무교육이 됐다. 저자는 “중국 정부는 가장 중요한 자산, 즉 인민에 대한 투자에 실패했다”고 비판한다.

중국 인적 자본의 취약성을 초래한 근본적인 뿌리는 농촌 문제에 있다. 중국 인구의 64%가 농촌 호적을 갖고 산다. 3세 미만 어린이의 75%가 농촌 호적을 갖고 성장한다. 이들이 중국 인구의 다수를 구성하는데 농촌 교육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그래서 중국 도시 노동력의 44%가 고등학교 이상 교육을 받았지만 농촌 지역은 11%에 그쳤다. 도시와 농촌의 극심한 격차가 중국을 인적 자본의 위기로 내몬 핵심 원인인 것이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 대학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농촌교육행동프로그램(REAP)이 중국 26개 성·자치구에서 50만명 이상을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 농촌지역의 교육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가난한 농촌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도시로 나가 공장에서 돈을 번다. 농촌지역에 많은 직업고등학교는 부실할 뿐만 아니라 중퇴율도 높다.

농촌지역은 교육의 바탕이 되는 건강과 영양에서도 취약하다. 농촌지역 초등학교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학생이 철분 부족으로 인한 빈혈 문제를 안고 있다. 약 2000만명의 학생이 칠판의 글자를 읽는 데 필요한 안경을 갖고 있지 않았고, 초등학생 10명 중 4명이 배 안에 기생충이 있었다.

농촌지역 영유아들의 두뇌 발달 지체도 심각하다. 영양실조로 인한 빈혈 비율이 평균 33%였다. 농촌 마을의 가정 중 5%만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런 인지 자극의 부족이 유아기 초기 발달 지체로 이어진다. 저자는 “매년 중국에서 태어나는 1500만∼2000만명의 아기 가운데 500만명은 평생 발전 지체를 겪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썼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중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도시에선 해외 유학을 가고 명품을 쇼핑하는 엘리트 노동력이 넘쳐나는 듯하지만 내륙의 농촌지역에선 교육은 물론이고 보건이나 영양도 부실한 상황에서 미래의 노동자들이 자라고 있다. 저자는 “중국은 도로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농촌 교육에는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면서 “도로를 덜 건설했다면 발전 속도가 조금 더 느렸겠지만, 현재 위기에 도달하기 전에 인적 자본을 구축할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교육받은 엘리트가 많기는 하지만 이들이 중국 전체의 경제를 끌고 나갈 수는 없고,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일대일로 정책도 순탄치 않다면서 당장 농촌의 교육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지 않으면 중국은 경제적 쇠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 여파를 걱정한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중국은 세계 다른 국가들에 성장의 엔진 역할을 했다. 중국 경제가 둔화한다면 앞으로 몇십 년간 전 세계 시장에 큰 손실을 끼치고 세계 많은 국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의 많은 무역 상대가 난관에 빠지고 전 세계적 불황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실패는 경제 문제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빠른 경제성장과 민족주의라는 두 개의 기동에 의존해 왔는데, 경제성장이 무너진다면 더 많은 민족주의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 경제가 실제로 하락하기 시작해 사람들이 분노하면 중국 정부가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나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에서 군사행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