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당론으로 정했다는 소식을 접한 검찰 구성원들은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퇴근길 휴대전화로 뉴스를 접한 이들이 멈춰 서서 “과연 누구를 위해 이렇게 하느냐”는 말을 주고받았다. 한 현직 검사장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선 지검, 지청의 간부와 평검사, 수사관들의 반대 입장문은 이날도 검찰 내부망에 쏟아졌었다.
대검찰청은 “대단히 유감”이라는 짧은 유감 표명 이후 침묵했다. 검사장회의와 출근길에서 공개 발언을 이어오던 김오수 검찰총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퇴근했다. 앞서 김 총장과 검사장들이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거취 표명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이날 밤 사이 항의성 줄사표는 없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직을 던질지 말지는 작은 문제고, 지금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할 때”라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도 “조심스럽고 현명하게 대처할 시기”라고 말했다.
‘검수완박’을 사실상의 검찰 폐지로 인식하는 대검은 김 총장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의 시나리오들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간부들은 일단 김 총장이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에 검찰의 뜻을 설명할 기회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체적으로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경우, 김 총장이 마지막 건의로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검찰총장이 청와대를 상대로 설득에 나설 것이라는 내부 관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을 둘러싸고 나왔다. 이는 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할 때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는 내용인데,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2월 국회에서 밝혔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번에도 건의를 드려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구성원들은 대한변호사협회 및 재야 법조단체들, 인권변호사들이 ‘검수완박’을 비판하는 모습에 주목했다. 국민 피해를 낳는 졸속 입법임이 검찰 외부에서도 강조된다면, 법안이 실제 통과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그럼에도 법안이 처리될 경우 검찰은 헌법재판소에 법안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다만 그땐 검찰에게 남은 카드가 사실상 사표 뿐이라고, 다수의 관계자가 말했다. 한 지청장은 “총장이 모두의 사표를 모아 대통령 면담을 청하고, 검찰 폐지가 과연 정당한지 판단을 구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조민아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