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 당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 명분 없고 국민 이익에도 부합 안돼”

입력 2022-04-13 04:04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당론 채택과 관련해 학계와 법조·시민 단체는 일제히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장애인·인권전문 변호사를 비롯해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및 참여연대까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에서 누명을 쓴 피해자들을 변호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12일 국민일보에 “검수완박의 피해는 힘없는 사람들을 향하게 된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단행됐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은 결과적으로 사건 처리와 실체적 진실 발견의 지연이라는 현실을 만들었고, 결국 서민층이 고통을 받게 됐다고 박 변호사는 지적했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도 “장애인, 아동 등 가장 취약한 상황의 피해자들은 대체 어쩌라고 이렇게 하는 것인가”라며 “절대로 범죄 피해를 당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민주당의 당론 채택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눈물로 기억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 양홍석 변호사는 “내 사건을 맡은 경찰이 실력 있고 공정하고 성실하길 빌어야 하는 상황이 21세기 제도로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와 대한변호사협회도 검수완박 강행 추진에 대해 “국민 권익보호를 외면하는 방향”이라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변경하는 일은 충분한 전문적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학회원(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진) 전체 투표를 실시한 결과 9대 1 의견으로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도 성명에서 “극단적인 검수완박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국민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상당 기간 형사사법 시스템에 큰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찰개혁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민변도 성명에서 “충분한 검토와 대안 마련 없이 (검수완박이) 진행되면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민변은 다만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검찰을 향해서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검수완박 입법 추진 문제점’을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토론자로 참여한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은 “수사 기소 분리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해도, 정치적으로 일이 추진되는 상황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이 사안이 이렇게 하루 아침에 급하게 진행될 줄 몰랐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입장문에서 “민주당은 검수완박 졸속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국민을 위한 검경 개혁 방안을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공익단체인 ‘착한 법 만드는 사람들’도 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양민철 구정하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