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론 채택 올인 왜… ‘지지층 결집’ ‘보복성 수사 차단’ 포석

입력 2022-04-13 04:08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과 정치권의 반발에도 1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관련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한 것은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검찰의 정치보복성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 강행의 표면적인 이유로 “검찰의 과도한 특권 제한”을 들고 있다.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 권력에 대한 확고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 패배 뒤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최근 ‘검수완박 불발 시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문자를 돌려 의원들을 압박해 왔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번에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못하면 6·1 지방선거에서 ‘집토끼’마저 놓칠 위기”라며 “어차피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승산이 높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지지층을 단단히 다져놓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는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뒤 ‘검찰공화국’이 펼쳐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크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11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 당선인의 검찰공화국 만들기에 검찰이 행동대장을 자임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의 정치보복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5선의 조정식 의원은 지난 8일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대선이 끝나자마자 문재인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 민주진영에 대한 검찰의 표적수사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을 ‘이재명 방탄법’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펴고 있지만,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검수완박이 곧 문재인·이재명 지키기’라는 인식에 대해 선을 그었다. 윤 위원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수완박 추진 배경에 문 대통령과 이 전 지사에 대한 수사 차단 목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수사권이 어디로 가든 다 윤석열정부의 수사기관 아니냐. 수사기관이 야당으로 오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무슨 방탄할 여지가 있느냐”고 답했다.

‘지금이 아니면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서두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 초선의원은 “윤 당선인이 5월 10일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면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앞으로 5년 동안은 검찰개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수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무리하게 검수완박을 추진한다’는 내부 비판도 여전하다. 지지층 표심만 지나치게 의식하다 ‘입법 독주’ 프레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12일 의원총회에서 “검찰개혁에 찬성하지만 국민 시선을 고려해야 한다”며 “6·1 지방선거에서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