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에서 파스타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황모(56)씨는 12일 “최근 줄어든 배달 콜에 한숨만 늘었다”고 말했다. 30년간 자영업을 해온 황씨에게 배달전문점은 ‘마지막 보루’였다. 황씨는 지난해 6월 20년 동안 운영했던 노래주점을 접었다. 코로나19 영업제한 조치 등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생각하며 6개월 동안 일용직을 하며 돈을 모았고, 대출을 받아 지난 1월 배달전문점을 열었다고 한다. 그러나 황씨는 “지난 3개월간 매일 배달전문점을 개업한 걸 후회했다”고 했다. 노래주점을 할 때보다 점포 크기가 크게 줄면서 월세와 인건비는 아낄 수 있었지만, 배달 수수료와 광고비를 고스란히 지출해야 했다. 그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다시 장사를 시작한 건데 계속 이 상태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가게 문을 닫아야 했던 여러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특수’를 기대하며 배달전문점으로 재기를 꿈꿨지만, 과도해진 업체 간 경쟁과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달 수수료 탓에 다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박모(40)씨는 지난해 경기도 수원에서 운영하던 즉석떡볶이 매장을 접고 용인으로 옮겨 떡볶이 배달전문점을 열었다. 즉석떡볶이 매장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이 90% 이상 줄어 월 50만원도 손에 쥐기 어려웠다. 월세 300만원을 감당할 수 없었던 박씨는 대리운전을 하며 버티다가 결국 배달전문점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배달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주문 경쟁이 치열해졌고, 박씨는 다시 배달 장사만으로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처음 전환했을 때보다 배달 주문이 30% 줄었다”며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배달전문점을 창업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한식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던 정모(26)씨는 창업한 지 1년도 안 돼 폐업하고 가게를 내놨다. 반년 새 배달 수수료는 2배가량 올랐고, 치열해진 경쟁에 마케팅 비용은 월세를 넘어섰다. 정씨는 “적자에 가까워진 마진율로는 버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차라리 배달전문점 대신 홀 매장 개업을 다시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 중랑구에서 배달전문점을 운영해온 윤모(50)씨는 “이제 배달 장사는 끝났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매장에서 손님을 받는 형태의 냉면 가게를 준비 중이다. 윤씨는 “배달전문점 대부분이 10%도 안 되는 마진을 붙잡고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며 “홀 매장이라고 최선은 아니겠지만 거리두기도 완화되고 있고 그만둘 수는 없으니 차선책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