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산 제품을 겨냥한 근거 없는 불매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수출용 제품에 유통기한을 이중 표기했다거나, 오리온이 중국에서만 초코파이 가격을 올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이 업체들은 즉각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한국 식품기업들은 중국의 갑작스러운 생트집에 긴장하고 있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에 벌어진 불매운동의 대상은 불닭볶음면이다. 중국 관영 매체 관찰자망 등에서 지난 10일 “불닭볶음면 수출용 제품의 유통기한(12개월)이 내수용 제품(6개월)보다 배로 길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중국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을 이중 표기해 한국에서 남은 제품을 팔고 있다”며 반발한다. 중국 당국까지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
삼양식품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삼양식품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중국으로 보내는 제품만 유통기한을 늘린 것이 아니라 수출제품은 모두 12개월”이라고 설명했다. 내륙·해상운송 기간, 수입국의 검역·통관, 수입 후 내륙 운송 등을 고려해 수출제품은 산화 방지 처리를 해 유통기한을 늘린다는 것이다. 삼양식품뿐만 아니라 한국 라면업체의 수출제품 유통기한은 모두 12개월이다.
중국에서의 황당한 불매운동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오리온 초코파이가 뭇매를 맞았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번진 “오리온이 중국과 러시아에서만 가격을 올렸다”는 괴소문이 진원지였다. 여기에다 한국에서 유통하는 초코파이엔 코코아 파우더를 쓰지만,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에는 건강에 해로운 코코아 버터 대체물을 사용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리온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오리온은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9월 가격을 인상한 것이 현재 시점의 일인 것처럼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오해를 낳고 있다. 국가별로 가격 인상 시점이 다르다”고 일축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동일한 원재료를 사용하는데 인터넷 번역기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잇따라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 식품업체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오리온은 1997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5000억원에 달하는 초코파이의 글로벌 매출 가운데 43%를 중국에서 거둔다. 1980년대에 중국 시장 공략을 시작한 삼양식품의 경우 해외 매출의 45%를 중국이 차지한다.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광군제 때 매출 110억원을 올리며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갑자기 논란이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2005년 미국에서도 같은 유통기한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미 일단락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