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면에 속한 홍도(紅島)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섬 중에 으뜸으로 꼽히는 대표적 해상관광지다. 목포항에서 서남쪽으로 133.2㎞, 흑산도에선 22㎞ 떨어져 있다. 모양은 누에고치처럼 길쭉하다.
홍도라는 명칭은 낙조 시 섬 전체가 붉게 보인 데서 비롯됐다. 암석과 지질구조, 파도의 침식작용 영향으로 섬 전체가 자연이 만든 위대한 예술품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거북바위 독립문바위 탑바위 공작새바위 병풍바위 기둥바위 남문바위 사자바위 등이 절경을 이루고 희귀한 동식물이 많이 살고 있어 섬 전체가 1965년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됐다.
홍도는 1구와 2구로 나뉜다. 홍도 1구에 홍도마을, 대밭밑(축항)마을이 있고 2구에 석기미(석금)마을이 있다. 홍도선착장이 있는 곳이 홍도마을이다. 오르막을 따라 집들이 모여 있다. 주황색으로 색칠을 해서 그리스 산토리니 못지않은 매력을 뿜는다. 홍도의 아름다운 생태환경과 자생란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한 홍도생태전시관과 풍란 등 난전시실도 마련돼 있다. 일출전망대에선 홍도의 절반이 오롯하게 조망된다.
1구에서 2구로 향하는 육로는 험하다. 홍도에서 가장 높은 깃대봉(365m)을 지난다. 정상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깃대봉 올라가는 초입에 여름이면 노란 꽃을 피울 원추리 군락지가 있다. 나무 계단을 오르면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주민들은 육로 대신 배로 왕래한다. 배의 출발지는 홍도해수욕장이다. 선착장 반대편으로 작은 언덕을 넘으면 바로 닿는다. 빠돌(몽돌)로 형성된 길이 600m, 폭 70m가량의 맑고 깨끗한 무공해 해수욕장이다.
2구 마을은 고립감이 느껴진다. 1구 마을보다 먼저 사람이 살기 시작했지만, 큰 배가 드나들기 좋은 해안 조건을 가진 1구 마을이 관광의 중심지로 개발되면서 2구 마을은 상대적으로 낙후되기 시작해 ‘섬 안의 오지’가 됐다. 북적대는 것을 피해 고즈넉함을 느끼려면 이곳이 제격이다. 이 마을의 대표적인 풍광은 등대와 저녁노을이다.
등대는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꼽혔다. 가는 길은 아랫길 윗길 두 가지다. 산길인 윗길로 올라 아랫길로 내려오면 된다. 등대에 서면 독립문바위와 탑섬 등 다도해에 보석처럼 떠 있는 섬들이 저녁 햇살을 받아 빛나는 풍광을 눈에 담는다.
홍도는 유람선 관광이 주를 이룬다. 홍도선착장을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일주하는 게 일반적이다. 홍도 33가지 비경 가운데 빼어난 경관을 엄선한 홍도10경을 볼 수 있다. 남문바위 실금리굴 석화굴 탑섬 만물상 슬픈여 부부탑 독립문바위 거북바위 공작새바위가 감탄을 자아낸다. 원숭이바위 키스바위 주전자바위도 놓칠 수 없다. 유람선은 이름난 스폿 몇 곳에 멈춰 서서 사진 찍을 시간을 내준다.
대부분 이름으로 모양을 유추할 수 있지만 설명을 들어야 수긍이 가는 경치도 적지 않다. 유배를 왔던 선비가 굴속에서 평생 거문고를 타며 세월을 보냈다는 실금리굴, 저녁 노을을 받은 무지개가 꽃을 그려놓는 석화굴 등이다.
슬픈여는 이름 그대로 슬픈 사연을 품고 있다. 옛날 마음씨 고운 부부가 배를 타고 뭍으로 나갔다가 많은 짐을 싣고 오던 중 심한 돌풍과 큰 파도에 배가 난파되면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고 말았다. 부부가 남긴 일곱 남매가 부모님을 부르면서 물살이 센 바다로 걸어 들어가 그대로 굳어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슬픈여에는 관광객에게 회를 파는 선상 횟집이 있다. 직접 잡은 자연산 회를 바로 떠서 판매하기 때문에 싱싱하다. 한 접시 3만원에 바닷바람 맞으며 배 위에서 신선놀음을 즐긴다.
선착장 입구에 서 있는 홍도등대는 1931년 2월 일본이 대륙 침략에 나선 자국 함대의 안전을 위해 ‘조선총독부 체신국 홍도등대’로 처음 신설했다. 당시 건립된 높이 14.3m의 사각형 모양 콘크리트 등탑 1동과 안개가 심할 때 등대의 위치를 알렸던 ‘무종’(霧鐘) 등이 여행객을 반긴다.
선착장을 벗어나면 홍도를 대표하는 남문바위 일대다. 그 가운데 촛대바위가 우뚝하다. 이곳에서 배를 한동안 세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다. 홍도 기념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한다.
섬을 한 바퀴 돌며 만나는 바위마다 신비로운 모양이다. 안내도에 따라 쉽게 발견하는 것도 있지만 묘하게 숨어 있어 놓치는 경우도 많다. 콜라병바위는 바위 모양을 찾으면 안 된다. 바위 사이 틈 모양이 콜라병을 닮았다. 해설 방송을 잘 들으면 쉽게 만날 수 있다. 다양한 형상의 바위에 눈길과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2시간가량의 유람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홍도(신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