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당선인, 지금이 ‘박근혜 명예회복’ 말할 때인가

입력 2022-04-13 04:0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굉장히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사과했다. 대통령 당선인이 전직 대통령을 만나서 개인적인 소회를 말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적폐 청산 수사의 주역이었고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구형했던 당사자다.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어떤 식으로든 과거의 악연을 풀고 싶다는 인간적인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말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을 넘어선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이 하신 일과 정책을 계승하고 홍보해서 박 전 대통령이 명예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사실상 국민에 의해 퇴출당해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비록 사면됐지만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말할 시점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국민에게 사과하거나 반성의 메시지를 낸 적이 없다. 오히려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면담에 배석한 측근 유영하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윤 당선인이 말한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이 어떤 것인지 짐작 가지 않는다.

윤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내각을 어떻게 운영했고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나라를 어떻게 이끌었는지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전두환 시절 정치를 배울 게 많다고 해서 논란을 자초했다. 이번에는 박정희 시절의 내각과 청와대 운영 방식을 배우겠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군사정부를 옹호하겠다는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공개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윤 당선인은 대선 직후 “헌법 정신과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윤 당선인의 행보를 보면 자기편과의 협치, 과거 세력과의 소통에만 매몰돼 있는 것 같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이 아니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소통과 협치다. 추가경정예산안, 인사청문회, ‘검수완박’ 같은 현안이 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