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2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복합위기에 놓인 세계경제와 관련해 경고장을 날렸다. WTO는 러시아 경제제재로 올해 세계무역 성장세가 지난해 10월 예상치인 4.7%의 반토막 수준(2.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WTO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무역 비중은 작지만 식품과 에너지 같은 필수품의 중요한 공급원이라면서 이런 분석 결과를 내놨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러시아 제재로 하루 700만 배럴이 넘는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면서 최악의 석유 공급 쇼크를 경고했다. 식량과 에너지 안보위기는 개별 국가가 유류세 등을 낮추거나 금리 인상으로 물가지수를 조절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스리랑카나 페루에서 보듯 자원이 부족한 신흥국들은 민생고를 넘어 식량과 자원 확보에 실패하면서 정권 붕괴 위기에 놓였다.
이에 더해 WTO는 세계경제가 개별 블록으로 해체될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의 공장인 중국 중심의 글로벌가치사슬(GVC)이 느슨해지면서 값싼 노동력과 분업을 통한 세계화 혜택은 급격히 줄고 있다. 설상가상 러시아의 전쟁 도발은 냉전시대로의 유턴을 재촉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원빈국 한국에도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을 통해 포괄적 한·미동맹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더 치밀하게 통상전략을 짜야 한다. 한반도 주변 4강 위주 편식외교로는 신통상 파고를 넘는데 한계가 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되는 통상 관할 다툼을 접고 외교와 통상 노하우를 결합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자유무역협정(FTA)에서처럼 관세·비관세 장벽을 걷어내는 문제가 아니라 식량 및 자원 안보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자도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설] 러發 세계화 위기, 통상 밥그릇 싸움 접고 머리 맞대야
입력 2022-04-13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