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세대 중국의 두 작가,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입력 2022-04-13 04:07
2018년 제1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에서 소개돼 이듬해 무대에 오른 고선웅 연출 ‘낙타상자’.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한·중수교 30주년인 올해 한중연극교류협회, 국립극단, 주한중국문화원이 공동주최하는 제5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이 13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다. 중국의 전통희곡과 현대희곡을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2018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 공연을 통해 27편의 중국희곡이 번역 출판됐다. 이 중 ‘물고기인간’ ‘낙타상자’ ‘최후만찬’ ‘만약 내가 진짜라면’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 등은 실제 공연으로 이어졌다.

13~14일엔 중국의 국가 1급 작가로 지정된 자오야오민과 ‘중국의 사뮈엘 베케트’ ‘중국의 해롤드 핀터’로 불리는 실험연극인 장셴의 단막극을 엮은 ‘붉은 말’&‘만원 버스’(장희재 번역, 문삼화 연출)가 선보인다. 두 작가는 중국 문화대혁명 이후 교육받은 세대로 현대 중국사회와 현대인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 왔다.

자오야오민의 ‘붉은 말’은 개혁·개방 이후의 혼란스러운 중국을 표현했고, 장셴의 ‘만원 버스’는 숨 막히는 만원 버스 속에서 차오르는 극단적 분노를 표현한 작품으로 감시와 통제 문제를 다뤘다. 중국적 상황을 담은 작품이지만, 불확실한 현실과 끝없는 경쟁 속에 놓인 현대 한국인에게도 공감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15~16일에는 천야셴의 ‘조조와 양수’(김우석 번역, 임지민 연출)가 무대에 오른다. 계륵 이야기로 유명한 삼국지의 두 인물 조조와 양수 사이의 갈등을 모티브로 한 경극 형식의 창작 역사극으로 권력과 지식인의 속성,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창작 전통극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다. 이번 공연에선 배우 9인과 함께 전통악기인 생황, 율기, 송훈의 연주가 함께한다.

16~17일엔 루쉰, 바진과 함께 중국 3대 문호로 꼽히는 라오서의 ‘찻집’(오수경 번역, 고선웅 연출)이 선보인다. 베이징 유태 찻집을 배경으로 청나라 말 무술변법 시기, 제국 열강의 이권과 연결된 군벌 전쟁 시기, 신중국 수립 전야 민국 시기까지 세 역사적 시기의 사건과 사람을 다뤘다.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뒤틀린 중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작으로 출연 배우만 34명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