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30주년인 올해 한중연극교류협회, 국립극단, 주한중국문화원이 공동주최하는 제5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이 13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다. 중국의 전통희곡과 현대희곡을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2018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 공연을 통해 27편의 중국희곡이 번역 출판됐다. 이 중 ‘물고기인간’ ‘낙타상자’ ‘최후만찬’ ‘만약 내가 진짜라면’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 등은 실제 공연으로 이어졌다.
13~14일엔 중국의 국가 1급 작가로 지정된 자오야오민과 ‘중국의 사뮈엘 베케트’ ‘중국의 해롤드 핀터’로 불리는 실험연극인 장셴의 단막극을 엮은 ‘붉은 말’&‘만원 버스’(장희재 번역, 문삼화 연출)가 선보인다. 두 작가는 중국 문화대혁명 이후 교육받은 세대로 현대 중국사회와 현대인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 왔다.
자오야오민의 ‘붉은 말’은 개혁·개방 이후의 혼란스러운 중국을 표현했고, 장셴의 ‘만원 버스’는 숨 막히는 만원 버스 속에서 차오르는 극단적 분노를 표현한 작품으로 감시와 통제 문제를 다뤘다. 중국적 상황을 담은 작품이지만, 불확실한 현실과 끝없는 경쟁 속에 놓인 현대 한국인에게도 공감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15~16일에는 천야셴의 ‘조조와 양수’(김우석 번역, 임지민 연출)가 무대에 오른다. 계륵 이야기로 유명한 삼국지의 두 인물 조조와 양수 사이의 갈등을 모티브로 한 경극 형식의 창작 역사극으로 권력과 지식인의 속성,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창작 전통극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다. 이번 공연에선 배우 9인과 함께 전통악기인 생황, 율기, 송훈의 연주가 함께한다.
16~17일엔 루쉰, 바진과 함께 중국 3대 문호로 꼽히는 라오서의 ‘찻집’(오수경 번역, 고선웅 연출)이 선보인다. 베이징 유태 찻집을 배경으로 청나라 말 무술변법 시기, 제국 열강의 이권과 연결된 군벌 전쟁 시기, 신중국 수립 전야 민국 시기까지 세 역사적 시기의 사건과 사람을 다뤘다.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뒤틀린 중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작으로 출연 배우만 34명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